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계획서 제출이 없으면 24일 이후 판매 업무 정지 처분을 시작으로 최종 품목 허가 취소까지 진행한다는 계획.
다만 임상 시험 계획서에 따라 효능을 한 개만 인정받는 경우, 세 개 모두를 인정받는 경우, 병용/단독 요법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교통정리없인 처방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10일 식약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내달로 예정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의 임상 재평가 계획서 제출 만료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뇌기능개선제 성분 콜린알포세레이트는 뇌신경 손상으로 저하된 신경전달 기능을 정상화하고, 손상된 뇌세포에 직접 작용해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
허가된 효능효과는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 기억력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저하로 인한 방향감각장애, 의욕 및 자발성저하, 집중력 감소 ▲감정 및 행동변화 :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노인성 가성우울증이다.
문제는 해외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이 전문약이나 일반약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으로 팔리는데다가 허가 근거인 해외 임상 자료마저 부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 또 정서불안, 주위무관심과 같은 주관적인 영역에도 처방이 가능해 소위 노인 환자들에 '끼워넣는 약'으로 판매액을 늘려왔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비판이다.
2019년 기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연간 매출액은 3525억원. 이중 치매 이외의 투약된 처방액은 무려 2922억원에 달한다.
식약처는 이들 효과에 대해 국내 임상을 거쳐 '재평가'를 거치겠다는 계획이지만 여전히 변수들이 존재한다. 식약처는 23일까지 임상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24일부터 행정 처분에 돌입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24일부터 2개월의 판매 업무 중지 처분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제출하지 않으면 6개월 판매 중지를 거쳐 최종 품목 허가 취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 진행 이후 업체별 적응증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처방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업체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허가 사항을 확인하지 않고 처방하는 경우 삭감될 수 있다.
식약처는 각 업체가 제시한 임상 및 결과를 근거로 적응증을 제한하겠다는 방침. 각 업체의 임상 능력에 따라 현재 3개인 적응증이 그대로 인정될 수도, 1~2개로 제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 임상 이외에 병용 임상까지 허용해 변수 폭은 더 넓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 단독 임상뿐 아니라 도네페질과의 병용 임상 계획서 제출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며 "만일 병용 임상에서 효과를 인정받으면 효능·효과도 병용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두고 각 업체별로 적응증이 1~3개로 나뉘거나 단독/병용 적응증으로 효능·효과가 나뉘는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무턱대고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처방했다가는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삭감은 물론 환수 조치될 수도 있다는 뜻.
임상 계획서를 제출한 이후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지 않다. 임상 계획서만 제출해 놓고 임상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환수 등 처분할 수 있는 근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계획서만 제출해 놓고 환자 모집의 어려움을 들어 임상을 수행하지 않고 수년을 이끌면서 판매를 지속하는 게 이득이다.
12월 품목 자진 취하를 하는 경우도 대책이 없다. 재고(유통품)에 대해 유예기간이 없기 때문. 재고 소진 시까지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12월 대량 품목을 생산, 유통시키고 재고 소진까지 시간을 유예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같은 성분인데도 허가 사항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어디까지 차이를 인정할지는 약심위에서 최종 자문을 받아 결정하겠다"며 "재평가를 거쳐 품목 허가가 난 품목을 대상으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을 거쳐 시장에 재진입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