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화학은 제미글립틴+메트포르민+다파글리플로진 조합을, 동아에스티 역시 에보글립틴+다파글리플로진 임상 3상에 이어 메트포르민+에보글립틴+다파글리플로진 임상에도 착수했다.
이외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DPP-4i+메트포르민 조합에 SGLT-2i를 섞는 복합제 개발이 7월 임상 승인을 얻었다. 여기에 DPP-4i 대신 TZD 성분인 로베글리타존을 사용하는 경우의 유효성과 안전성도 테스트한다.
다케다제약은 알로글립틴+메트포르민에 TZD 계열의 피오글리타존을 섞는 실험을 시도중이다.
올해에만 7개의 신종 조합이 시도되면서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복합제 개발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전/성분/제형까지 '변수'…각종 조합만 70+α
국내에서의 복합제 개발 및 사용은 드문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복합제가 주로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을 함께 치료하는 식으로 다질환을 한번에 관리하는 개념이었지만 당뇨병 약제는 다르다.
DPP-4i+SGLT-2i, TZD+SLGT-2i, 메트포르민+DPP-4i+SLGT-2i 등 혈당 관리에 초점을 모으고 각각 성분을 섞기 때문이다.
경구용 당뇨병 약제는 소화효소 억제, 당 신생 억제, 인슐린 저항성 개선, 인슐린 분비 촉진과 같은 기전 차이에 따라 계열이 나뉜다.
당 신생을 억제하는 메트포르민에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 TZD,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DPP-4i/GLP-1 등 효과 극대화를 위한 각종 조합을 예상할 수 있다.
DPP-4i로 한정해도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성분은 9종에 달한다.
LG화학이 개발한 제미글립틴을 비롯해 알로글립틴, 아나글립틴, 에보글립틴, 리나글립틴, 삭사글립틴, 시타글립틴, 테네리글립틴, 빌다글립틴이 해당 성분이다.
SLGT-2i 성분 또한 다파글리플로진부터 엠파글리플로진, 에르투글리플로진, 카나리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 토포글리플로진 등 8개에 달한다. 이중 국내에 사용 가능한 성분은 다파/카나/엠파/이프글리플로진 4개로 압축된다.
메트포르민을 베이스로 한 DPP-4i+SGLT-2i 3제 복합제의 예상 가능 조합은 총 72종에 달한다. 국내 허가 사항으로 좁혀 계산해도 예상 조합은 36개(9x4)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3제를 넘어 4제 성분 추가, 아주약품이 개발중인 서방형 복합제제 등 제형 변화까지 고려하면 변수의 폭은 더 넓어진다.
당뇨병 약제는 기전별, 계열별로 수 많은 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당뇨병 복합제의 임상 폭증은 태생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평이다.
자사가 독자 보유한 DPP-4i 성분을 바탕으로 SGLT-2i 복합제 개발에 나선 A 제약사 관계자는 "임상 현장에서 혈당 관리가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약제를 계속 추가하는 병용 요법이 빈번하다"며 "최근 트렌드는 DPP-4i와 SGLT-2i 복합제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제약사마다 다른 제약사와 차별화되는 특정 DPP-4i 성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베이스로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 볼 수 있다"며 "현재는 특허 무효화를 통해 다파글리플로진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나머지 SGLT-2i 성분도 특허가 풀린다면 임상 수는 더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유독 당뇨병 복합제 조합 및 개발이 많이 추가됐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며 "당뇨병 약제의 급여화만 정리되면 각종 복합제가 쏟아져 나오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각종 성분 조합, 처방 수요 있을까?
제약사의 개발 열기와는 달리 각 성분 조합에 대한 수요는 미지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9종의 DPP-4i 성분이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고, 4종의 SGLT-2i 역시 성분간 차이를 언급할 만큼 강력한 대별점이 없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쉽게 말해 각 성분 조합에 따라 천차만별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라는 것. 말그대로 조합이 다양할 뿐 각 환자마다 처방 가능한 약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영민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다양한 DPP-4i 성분이 있지만 약효는 대동소이하다"며 "본인의 경우 안전성을 위주로 많은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성분을 우선순위로 처방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약제는 데이터가 풍부하지만 국내 개발 성분은 한국인 대상 데이터가 풍부하다"며 "이런 걸 종합적으로 감안해 처방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환자별 콩팥 기능 및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DPP-4 성분 선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엠파글리플로진의 선택성이 2000배에 달하는 등 각 SGLT-2i 성분은 선택성이 달라 약효의 차이 발생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일부 환자를 제외하고는 굳이 특정 조합 당뇨병 약제를 사용해야 할 근거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것. 실제로 각종 복합제의 성공 여부는 차별화된 효과보다는 급여화에 있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조 교수는 "현재 각 성분 조합별로 보험 급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데 당뇨병 약제는 수십, 수백가지 조합이 가능해 인공지능이 아니라면 전문가도 외워서 처방하기 어렵다"며 "미국, 일본 사례처럼 '각 계열 약제를 제2형 당뇨병에 쓸 수 있다' 정도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런 급여화 문제가 먼저 해결되지 않으면 당뇨병 복합제는 활성화는 커녕 사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임상 현장에서의 수요 창출은 복합제의 다양성이 아닌 급여화 선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다파글리플로진+삭사글립틴 조합의 큐턴정은 2017년 3월 이미 허가를 얻었다. 엠파글리플로진+리나글립틴 복합제 글릭삼비정은 2017년 3월 31일 허가를, 에르투글리플로진+시타글립틴 복합제 스테글루잔정은 2018년 9월 허가를 얻었지만 시장에서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약가 협상 난항으로 급여화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B 제약사 관계자는 "언젠가는 타 계열 당뇨병 약제 병용에 대한 급여 기준이 정리될 것으로 본다"며 "현재 임상은 그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각 제약사가 개발한 독자 성분은 특허로 보호되기 때문에 복합제를 만들면 두 가지 이상 성분을 한번에 팔 수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라며 "요즘 제약사의 트렌드는 각 질환군에 단일제부터 복합제까지 다양한 용량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의사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