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 원장에서 일순간에 사무장병원 의사로 전락했었던 한 중년 의사의 기구한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해당 의사는 의료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 사무장병원으로 둔갑시킨 의료기기 판매업체 회장 등 관련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외과 전문의인 A원장은 최근 언론들과 만나 종합병원에서 사무장병원으로 전락해 검찰에 기소된 그동안 과정과 심정을 밝혔다.
사건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원장은 2015년 대전에서 300병상 규모 종합병원 D병원을 개원했다.
당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환자를 입원시킨 D병원은 한 달간 병원을 폐쇄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했고, 다시 문을 열었지만 의료진은 떠났고 환자는 급감했다.
■메르스 사태로 병원 폐쇄, 은행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려
은행은 D병원 도산을 우려해 대출금의 조기상환을 독촉했다.
A원장은 병원 신축공사를 맡았던 회사의 모기업인 의료기기 수입판매사 H사로부터 매달 병원 운영자금을 빌려 경영 정상화를 도모했다.
이때부터 H사의 작업이 시작됐다.
H사는 방사선치료기와 PET-CT, 초음파장비 등을 수입 판매하는 의료기기 업체이다.
H사 회장은 대여금을 명목으로 A 원장에게 의료법인 전환과 함께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으로 이사장과 이사 과반수를 위촉하는 합의서 서명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D병원을 공동 운영 방식으로 사실상 병원 경영권을 차지했다.
■의료기기업체 H사 자금 미끼로 병원 장악, A원장·가족 ‘신불자’ 신세
해당 회장은 A원장을 인사와 재무, 경영 등에서 배제하면서 병원 장례식장과 편의점 운영, 의약품 및 소모품 도매, 의료장비 구매. 각종 공사 등을 모두 H사 계열사로 넘겼다.
A원장은 사무장병원을 우려해 H사 회장을 조속한 의료법인 전환을 요구했으나, 해당 회장은 친척인 여의사를 의료기관 공동 개설자로 등재한 후 A원장 자리를 박탈했다.
이로 인해 A 원장은 은행 대출금 상환 문제로 연대 보증한 가족들과 함께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했다.
A원장은 그동안 H사 회장의 병원 운영비 사용을 제안 등 불법 대출 요청으로 200여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그는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지난 2017년 11월 대전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서울동부지검으로 이관된 사건은 피진정인 진술만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A 원장은 결국 2019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사무장병원 등으로 H사 회장과 관계자는 고발했다.
■종로경찰서, H사 압수수색 증거 확보…검찰에 기소의견 송치
반전은 종로경찰서 수사로 시작됐다.
종로경찰서는 H사와 계열사가 불법 사무장병원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사무장병원과 리스 사기 등의 증거를 확보했다.
종로경찰서는 D병원 관련 사무장병원과 리스 사기 혐의로 H사 회장 등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는 최근 종로경찰서 사건처리결과를 통지 받고 의료법(33조 2항, 의료기관 개설기준 위반)에 의거해 대전 D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보류했다.
A원장은 "H사는 병원을 탈취한 것에 그치지 않고 치밀한 계획 아래 종합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의료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A원장은 이어 "저 스스로 공모자로서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병원 사냥꾼인 H사와 해당 회장을 엄벌하고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낭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법의 엄정한 심판을 주문했다.
A원장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화우 이경환 변호사는 "A원장의 처분과 처벌은 면하지 어렵겠지만 중요한 것은 H사 회장과 관련자들의 엄정한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환 변호사는 "피고소인인 H사 회장 측도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 아직 담당 변호사를 확인하지 못해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며 "사건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만큼 법원 판결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H사 측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H사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A원장 의견은 사실과 다른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동부법원 판결을 통해 결론이 났다. 판결문에 사실관계가 나와 있다. 종로경찰서 기소건은 경찰청 감찰 요청에 따른 해당 수사관이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