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지속으로 평가 항목 감축도 한계 도출 "더 낮춰야 한다"vs"허당 전문의 내나" 내부 의견 충돌
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대유행이 결국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전문의 시험을 앞둔 의학회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정상적인 수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으로 평가 항목 기준을 낮췄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전문과목 학회인 A학회 수련이사는 12일 "전문의 시험이 코앞인데 이대로는 전공의들의 대거 낙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어 고민이 많다"며 "지금 상황에서 변경도 쉽지 않은데다 내부에서 의견도 갈리고 있어 당혹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학회는 이미 올해 하반기 상임이사회를 통해 전문의 자격 시험 응시를 위한 수련 평가 항목을 대폭 축소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전공의들이 과거와 같은 기준을 채우는 것이 힘들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필수 수술 건수는 물론 입원 환자 비율, 학술활동 등의 최소 기준을 내려잡은 것.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이 결국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도저히 이를 채울 수 없다는 토로가 빗발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를 더 낮춰야 하는지를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러한 요구들이 대구, 경북 등 코로나 거점 병원으로 지정됐던 수련기관들과 국공립 기관으로서 어쩔 수 없이 코로나 대응에 나섰던 곳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민이 깊다.
이 수련이사는 "따지고 보면 그 전공의들이 자신이 원해서 코로나 방역에 착출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사실상 천재지변과 같이 불가항력적인 상황인데 불이익을 받으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반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비단 A학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의학회들도 수련 평가 기준 미충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골머리를 썩고 있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환자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 등 일부 전문과목들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 시험을 총괄하는 대한의학회는 아예 각 학회들에 전권을 넘겨준 상태다. 26개 전문과목학회 수련이사들을 모아 전문과목별로 알아서 수련 기준을 조정하라고 권고한 상황.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진데다 환자수가 급감한 소아청소년과 등 각 전문과목별로 수련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모두 다른 만큼 학회가 알아서 판단해 조정하라는 주문이다.
의학회 관계자는 "이미 전문과목학회 수련이사 연석회의를 통해 수련 교과 과정에 대한 한시적 개정안을 논의하고 각 학회에 전권을 위임한 상황"이라며 "전공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이 최우선 목적인 만큼 학회가 알아서 수련 기준을 조정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제는 각 학회내에서도 이러한 평가 기준 완화에 대해 의견이 일부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 기준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승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지나치게 낮게 잡아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한 특수한 상황은 인정하지만 시험이라는 취지를 생각하면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무조건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것도 여의치 않은 셈이다.
전문과목학회인 B학회 부회장은 "기준을 최소한으로 대폭 낮춰 전공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은 맞지만 일부에서는 반대의 의견도 내고 있다"며 "아무리 코로나 사태라 하더라도 4년차에 배울 것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는데 허당 전문의를 내냐는 지적"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일단은 각 수련병원별로 전공의들의 수련 상황들을 집계하고 있는 중"이라며 "문제는 특정 수련병원에서 무더기 낙제가 나올 수 있는 점인데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