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개 대학병원 5625명 환자 대상 사망률 비교 이식시 사망률 60% 이상 개선…사용율은 11% 불과
한국의 심부전 환자들에게도 이식형 제세동기(ICD)가 사망률 개선에 큰 혜택을 주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적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식형 제세동기를 다는 것만으로 사망률이 90%까지 줄어들지만 실제 이식을 받는 환자는 11%에 불과했던 것. 국내에서 진행된 첫 이식형 제세동기에 대한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다.
국내 첫 이식형 제세동기 사용율과 혜택 임상 공개
오는 30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한국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식형 제세동기의 효과와 활용도에 대한 대규모 임상 결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좌심실 박출율(LVEF)이 감소된 심부전 환자에게 이식형 제세동기의 효용성이 강조되며 처방이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데이터는 없었던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서울대 의과대학 최동주 교수가 주도하는 다기관 연구진은 국내 10개 대학병원에서 심부전 치료를 받은 환자 5625명을 대상으로 이식형 제세동기 사용율과 혜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제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이식형 제세동기의 효용성은 충분히 검증된 상황이다.
가장 대규모 연구인 'MADIT-II' 연구를 봐도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하는 것만으로 허혈성 심부전 환자의 사망을 절반 이상 줄이는 것이 증명된 상황(N Engl J Med 2002; 346 (12) : 877–883).
또한 'SCD-HeFT'연구를 통해 박출률이 감소된 심부전 환자의 경우 의학적 처방보다 ICD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도 이미 규명된 사실이다(N Engl J Med 2005; 352 (3) : 225–237).
이로 인해 이미 미국심장학회와 유럽심장학회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ACEi) 처방과 함께 좌심실 박출률이 35%이하인 환자는 ICD를 삽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이식형 제세동기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아직까지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혜택 연구가 없었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국내에서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진행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내 환자들도 과연 미국 및 유럽과 같이 이식형 제세동기가 확실한 혜택을 주는지와 더불어 과연 국내에서는 이식형 제세동기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식형 제세동기 사망률 60% 이상 낮춰…사용율은 10%대 불과
이에 따라 연구진은 총 5625명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평균 3년간의 추적 관찰을 통해 이식형 제세동기의 효용성을 분석했다.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와 단순히 약물만을 처방한 환자간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를 추적 관찰한 것이다.
그 결과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모든 사망 원인에서 단순히 약물만 처방한 환자보다 사망률이 무려 61%나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심장재동기화치료(CRT) 환자를 제외하면 이식형 제세동기를 삽입한 것만으로 사망률이 91%나 줄어드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
허혈성 심부전 환자들도 이식형 제세동기가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80%나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이식형 제세동기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져 있었다. 추적 관찰 대상 중 불과 11%만이 이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된 것.
오히려 심장재동기화치료 제세동기(CRT-D)의 경우 35.7%의 환자에게 사용됐다는 것을 보면 대조되는 결과다.
결국 최대 91%까지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다 적응증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이식형 제세동기의 활용이 저조하다는 의미가 된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국내 환자에게도 이식형 제세동기가 명확하게 혜택을 주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식형 제세동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식형 제세동기의 혜택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내 심부전 환자에게 이식형 제세동기의 이점과 혜택을 보여주는 첫번째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이러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식형 제세동기의 활용도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연구가 고도로 훈련된 심장 전문의가 있는 상급종합병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실제 활용도는 더욱 낮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