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의 폐경 호르몬 표준 요법인 아로마타제 억제제(Aromatase Inhibitors)의 골절 위험이 국내 환자들에게는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척추 등 일부 골절의 경우 위험성이 1.8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 이에 따라 지금보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적극적인 예방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골절 위험 논란 한국인 대상 대규모 분석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에스트로겐 기반 호르몬 요법으로 지난 10년간 유방암이 있는 폐경 후 여성을 위한 표준 요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임상종양학회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등에서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혈장 에스트로겐 농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처방 약물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황(J Clin Oncol 2005;23(3):619-629).
특히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과거 표준요법이었던 타목시펜 단독 요법에 비해 전체 생존율을 크게 개선하는 것은 물론 10년까지 이 효과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결과도 나온 바 있다(J Natl Cancer Inst 2005;97(17):1262–1271).
하지만 이 약물도 만능은 아니었다. 워낙 혈장 에스트로겐 농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다보니 약물을 처방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골밀도 저하가 눈에 띄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뤄진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 초기 유방암 여성을 대상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처방한 경우 타목시펜에 비해 골다골증 위험이 크게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J Natl Cancer Inst 2011;103(17):1299-1309).
타목시펜의 경우 골다공증이 일어난 환자가 5.2%에 불과했지만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7.5%에 달했기 때문이다. 위험도로 따지면 1.47배나 늘어난 셈. 아로마타제 억제제의 골절 위험성이 부각된 연구 중 하나다.
척추 골절 등 1.8배나 위험 상승 "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미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아로마타제 억제제에 대한 논란도 여전했던 것이 사실.
이에 따라 전남대 의과대학 정형외과 유준일 교수가 이끄는 다기관 연구진은 국내 유방암 폐경 환자 11만 7974명을 대상으로 하는 30개의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에 대한 메타 분석을 진행했다(doi.org/10.3346/jkms.2020.35.e403).
오는 30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제될 예정인 이 논문은 과연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처방한 환자가 실제로 골절이 더 많은지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다.
연구 결과 아로마타제 억제제는 분명 골절 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다른 요인들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을 분석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1.35배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모든 골다골증성 골절에 해당했다. 일단 고관절 골절 발생률을 보면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처방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위험성이 1.18배 높았다.
특히 골절 중에서는 척추 골절이 가장 심각했다. 아로마타제 억제제 처방군이 대조군에 비해 무려 1.83배나 골절 위험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것.
비척추 골절의 경우 아로마타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38배 골절이 많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국내 환자들 또한 아로마타제 억제제로 인한 골절 위험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연구와 비교해 척추 골절율이 높은 것 등 매우 유사한 성격을 보여준다고 요약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유방암 이후 폐경 환자에 대한 아로마타제 억제제 처방을 내릴때 면밀한 골밀도 모니터링과 함께 추가적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폐경 연령이 낮아지는 등의 경향을 고려할때 나이가 어린 환자들이 척추 골절 등으로 큰 사회적 비용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아로마타제 억제제가 국내 환자들에게도 골절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것"이라며 "따라서 향후 아로마타제 억제제 처방시 매우 적극적인 골절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어도 아로마타제 억제제를 처방하기 위해 골다공증에 대한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특히 약물 처방전 사전 검사를 통해 골밀도가 낮은 환자들에 대한 추가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