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처방과 관련한 소화성 궤양과 출혈, 천공 등의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치하기 위한 '약물성 소화기질환 다학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아스피린 장기 처방 등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침으로 의학적 근거를 갖춘 첫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내 첫 다학제 약물성 소화기질환 가이드라인 도출
대한소화기학회와 대한심장학회, 대한위암학회, 대한상부위장관 · 헬리코박터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국내 첫 다학제 약물성 소화기질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대한소화기학회 국제학술지(korean journal of gastroenterolgy)를 통해 각 회원들에게 이를 배포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7년 각 학회가 힘을 모아 마련한 임상 진료지침 위원회를 통해 4년만에 완성된 성과로 메타분석을 통해 의학적 근거를 마련한 첫 다학제 가이드라인이다.
대한 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는 "앞서 2009년 학회를 주축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약물 관련 소화기궤양 예방과 치료 가이드라인 등이 나온 바 있지만 문헌 고찰 등의 단계가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문가 단체의 권고 수준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이전 지침의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다각도의 메타 분석을 통해 의학적 근거를 갖췄다"며 "다학제를 통해 완성된 사실상의 첫 가이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규모의 무작위 대조군 연구 결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처방받은 환자 중 소화성 궤양이나 출혈 등 약제에 의한 부작용을 경험한 사례는 최대 4.5%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JAMA 2000;284:1247-1255).
또한 아스피린의 경우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등과 같은 다른 항 혈소판제와 병용 투여시 다른 어떤 요인보다 강력한 위장 출혈의 위험 인자로 분석되고 있다(Eur Heart J 2009;30:2226-2232).
특히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에서도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 장기 사용이 소화성 궤양이나 천공의 매우 위험한 위험 인자로 대두된 바 있다(World J Gastroenterol 2017;23:2566-2574).
학회들이 서둘러 다학제 가이드라인을 도출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아스피린, 기타 항 혈소판제나 항 응고제를 장기간 투약할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침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이들 학회들은 1987년부터 2017년까지 출간된 논문을 대상으로 대규모 메타분석을 진행해 9개의 권고안을 도출했다. 이중 4개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 대한 것이며 3개는 아스피린, 2개는 항응고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저용량 PPI 병용 처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에 방점
이번 가이드라인을 보면 약물 처방으로 인한 소화성 궤양과 합병증 예방의 키워드는 저용량 PPI의 병용 처방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제균 요법에 맞춰졌다.
일단 학회들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관련한 소화성 궤양과 합병증의 고위험 인자로 고령과 과거력, 고용량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아스피린, 항응고제의 병용 투약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투약하는 환자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밴드시 과거력과 투약력을 확인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권고 강도: 강함, 근거 수준: 낮음).
또한 학회들은 이에 대한 첫번째 조치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검사를 지목했다. 장기간의 투약이 예상될 경우 제균 치료를 강력하게 권고한 것(권고 강도: 강함, 근거 수준: 높음).
실제로 임상 진료지침 위원회가 무작위 대조 임상 연구 6건을 메타분석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만으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 관련 소화성 궤양이 46%까지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위원회는 아목시실린(amoxicillin), 클라리스로마이신(clarithromycin) 및 퀴놀론(quinolon)계 항생제 내성 균주가 유의하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치료 약제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또한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의 경우도 소화성 궤양 과거력을 점검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를 권고했다(권고 강도: 강함, 근거 수준: 낮음)
근거가 되는 연구의 수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자 중에서 부작용에 대한 과러력이 있는 경우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의한 이득이 위해보다는 크다는 것이 위원회의 결론이다.
또 하나 학회가 강조한 것은 바로 PPI였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장기 투약해야 하는 경우 저용량의 PPI를 병용 처방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권고 강도: 강함, 근거 수준: 높음).
위원회는 9개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메타분석한 결과 저옹량 PPI를 병용한 것만으로 소화성 궤양 발생에 대한 위험이 80% 가까이 줄어든 것을 이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마찬가지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도 과겨력이 있는 경우 저용량 PPI 투약을 강력하게 권고했다(권고 강도: 강함, 근거 수준: 중간).
총 7개의 무작위 대조 임상연구 분석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의 장기 투약이 필요한 소화성 궤양 과거력이 있는 환자에게 PPI를 병용 투약한 것만으로 부작용 발생 위험이 83%나 줄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회는 항응고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소화성궤양 출혈에 대한 고위험군일 경우 상부 위장관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 PPI 병용 처방을 주문했다. 하지만 기타 위험과 달리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권고 강도를 약함으로 지정했다.
이외에도 학회들은 소화성 궤양 출혈이 일어났지만 주요 심혈관계 질환으로 아스피린 장기 복용이 필요한 경우 내시경 지혈 치료 후 아스피린을 최대한 빨리 재투약 할 것을 당부했으며 심혈관계 위험이 낮을 경우 비스테로이드 소염제 중에서 선택적 사이클로옥시게나아제-2(cyclooxygenase-2) 차단제 사용을 권고했다.
다학제 학회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의 적절한 관리 및 평가를 위해 향후 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안의 시행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해 결과를 학회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표할 예정"이라며 "또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에 맞춰 임상지침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매 3년~5년마다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