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회, 전국 전문의 438명 대상 인식 조사 진행 비뇨의학과 92%지만 내과 가정과는 절반만 의심
혈뇨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진단과 인식은 진료과 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는 10명 중 6명 이상이 비뇨기암을 의심하지만 다른 과목들의 경우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것. 이로 인해 방과 내시경 등 추가적 조사를 위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비뇨의학회(회장 이규성)는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두달간 비뇨의학과 전문의 250명을 비롯해 전국 전문의 438명을 대상으로 혈뇨 진료 현황과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91.6%, 내과·가정의학과 전문의는 54.3%가 매일 1명 이상의 혈뇨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혈뇨가 상당히 빈번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19년 학회가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15%가 혈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혈뇨 환자를 진료 시 주로 고려하는 질환이 무엇이냐(1순위)는 질문에 대해 비뇨의학과 전문의의 58%가 방광암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신우요관암 2%, 신장암 1.6%, 전립선암 0.4%라고 응답해 비뇨기암을 1순위로 고려하는 비율이 총 62.0%에 달했다.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사실상 비뇨기암 진단의 마지막 보루인 만큼 유병률이 높은 방광염 등 양성 질환보다는 유병률 낮지만 치명적 질환인 방광암 등 비뇨기암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진료 과정에서 빈번하게 혈뇨 환자를 접하는 가정의학과· 내과 전문의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이들도 방광암 30.9%, 전립선암 4.8%, 신장암 3.7%, 신우요관암 1.1% 등 비뇨기암 발병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이 비율은 40.5%에 불과했다.
반면, 방광염이나 요로결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비율은 각각 25.5%, 22.9%로 비뇨의학과의 12%, 1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비뇨의학과 전문의들과 다르게 일단 유병률이 높은 질환을 먼저 의심한다는 의미다.
대한비뇨의학회 박관진 홍보이사(서울의대)는 "혈뇨는 방광암, 신우요관암을 비롯한 비뇨기암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라며 "전문의들은 혈뇨 환자를 진료할 때 비뇨기암 발병 위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후 암 발병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치료 접근법을 따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비뇨의학회 등 전문가들은 혈뇨가 방광암 발병과 연관돼 있고 고령화로 인해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혈뇨 환자에게 방광 내시경 검사를 실시해 혈뇨의 원인과 암 발병 여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른 모습. 이번 설문 조사에서 비뇨의학과 전문의 중 75.2%만이 방광 내시경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특히 24.8%는 방광 내시경 검사를 전혀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더욱이 비뇨의학과 의원에 소속된 전문의의 경우 56.6%가 방광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방광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는 비뇨의학과 전문의(n=62)들은 침습성(62.9%)과 낮은 수가(45.2%)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결국 낮은 수가와 침습 검사에 대한 부담때문에 비뇨기암 진단에 가장 필수적인 방광 내시경 검사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박관진 이사는 "최근 환자의 통증과 불편감을 감소시킨 연성방광경 검사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혈뇨가 있다면 비뇨의학과에 가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아직 연성방광내시경 검사의 수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장비를 설치 및 유지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된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한편, 설문에 참여한 비뇨의학과 전문의들 중 연성방광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는 비율은 전체의 56%였으며 비뇨의학과 전체 응답자의 88.4%는 부드럽게 휘어지는 재질로 만들어져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연성방광내시경 검사의 도입이 가능해 진다면, 방광내시경 검사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