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피디아허가용량에 못 미치는 반감기 연장 치료제 급여 세계혈우연맹 3차 개정판 "모든 중증 환자 유지요법 표준"
#A형 혈우병 환자 B씨는 출혈 예방을 위해 주 3회 혈액응고인자 제제를 투여한다. 현재 투약 중인 표준 반감기 치료제로는 출혈 조절이 잘 안되어, 혈액응고인자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최신 반감기 연장 제제로의 전환을 고려 중이다. 그러나 반감기 연장 제제의 경우, 급여 용량이 허가 용량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주변 얘기에 고민이 나온다.
#A형 혈우병인 4살 아들을 둔 엄마 C씨는 치료제 투여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줄이고 싶다. 소아 환자는 정맥혈관을 찾기 힘들고, 주사 과정에서 환아와 부모 모두가 큰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를 사용하면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지만, 성인과 같은 급여 용량 때문에 망설이고 있다. 소아 환자들은 유지요법을 시행할 때 성인보다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고, 같은 정도의 출혈에도 성인보다 더 많은 용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A형 혈우병의 치료는 1989년 유전자재조합 혈액응고인자 제제가 개발된 이후 주 3회 투여해야 하는 표준 반감기 치료제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최근 3년간, 반감기가 연장된 혈액응고인자 치료제들이 출시되며 A형 혈우병 환자들에 치료제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국내 시판중인 A형 혈우병 치료제 중 '애디노베이트'나 '엘록테이트' 등은 '반감기 연장 제제'에 해당된다.
그런데 허가 용량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 용량으로 인해 일부 환자들, 특히 소아 환자들이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반감기가 연장된 혈우병 치료제는 투약 주기를 연장하거나, 더 높은 혈액응고인자 수치를 유지할 수 있어 편의성이 높고 유지요법 시행 시 출혈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혈우병 치료의 트렌드는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용법 용량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닌, 환자 개인별 연령을 비롯한 중증도, 출혈 양상, 동반 질환 및 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건강 상태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치료'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개인 맞춤형 치료에서 반감기 연장 치료제는 원하는 응고인자 수치에 도달하는 데 좋은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반감기 연장 치료제의 치료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제한이 따르는 이유다.
반감기 연장 A형 혈우병약 '허가용량=급여용량', 국내 급여는 '반쪽' 평가
이미 수년 전부터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들을 사용 중인 해외 보건 선진국의 경우, 환자가 충분한 유지요법과 동시에 개인 맞춤형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 용량에 급여 용량을 맞추는 등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을 두고는 일정 부분 온도차를 보인다. 허가 용량과 급여 용량에 차이가 있어, 모든 환자들이 충분한 유지요법 및 개인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제2018-280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A형 혈우병 치료를 위한 혈액응고인자 8인자의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군의 허가된 급여 용량은 1회 20-25 IU/kg이다. 중등도 이상 출혈일 때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최대 30 IU/kg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용량은 해당 치료제군의 식약처 허가 용량과는 차이가 있다. 허가 용량과 비교해 급여 용량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들의 유지요법이 응고인자 투여 횟수 및 투여량 감소, 출혈 감소, 표적 관절 발생 감소 등 치료 혜택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요 학회에서 발표되고 있으나 국내에서 모든 환자들이 원활한 유지요법을 시행하기에는 아직까지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반감기가 연장된 A형 혈우병 치료제의 허가 용량과 급여 용량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처럼 국내에서는 허가 용량보다 적게 설정된 급여 용량이 일부 환자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현재의 급여 범위 내에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자들도 있지만, 허가 용량과 급여 용량에 차이가 있어 더 많은 환자들이 충분한 반감기가 연장된 A형 혈우병 치료제의 유지요법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아일수록 보충보다 유지요법 권고"…"개인 맞춤치료 여건 마련 필요"
이러한 문제는 소아 환자 치료에 있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아 혈우병 환자의 경우, 관절 건강 유지를 위해 관절 손상이 오기 전인 '3세 이전'에 유지요법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소아 환자일수록 출혈 시 '보충요법'보다 '유지요법'이 권고되는 이유기도 한 것. 그러나 유지요법을 원활히 시행하기 위해 소아 환자는 성인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급여 용량에 있어 소아 환자와 성인 환자의 허가 용량은 여전히 동일하게 설정된 상태다.
세계혈우연맹(World Federation of Hemophilia, 이하 WFH)이 올해 8월 발표한 혈우병 치료 가이드라인 제3차 개정판에 따르면, 모든 중증 환자들에게 혈우병 치료제의 유지요법을 표준 치료법으로 권장했다.
또 반감기가 연장된 치료제를 통한 유지요법을 권고사항으로 최초 포함시켰는데, 투여 횟수는 절감시키면서도 혈액응고인자 최저치(Trough level)를 높여 유지요법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개인 맞춤형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평가다.
대구가톨릭대 소아청소년과 최은진 교수는 "내원하는 혈우병 환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19개월부터 79세의 어르신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최근 혈우병 치료의 트렌드가 개인 맞춤형 치료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급여 용량 확대는 환자들의 중증도 및 개인별 증상에 최적화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필수 요건"임을 강조했다.
한편 임상적 근거들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이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에서도 반감기가 연장된 혁신적 치료제에 대한 유연한 급여 용량 증대를 통해 중증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