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안과계에 통보한 자율점검 통지서를 놓고, 개원가에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을 지우는 동시에 "자율점검 항목의 모호성에 문제가 크다"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문제는 작년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안과계에 산립종절개술 자율점검대상 공문을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일단 자율점검제는, 현지조사 실시 이전에 이미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중 부당의 개연성이 있는 내역을 해당 병‧의원에 통보해 스스로 점검하고 확인된 사실을 소명‧제출토록 하는 제도다.
자율점검 결과를 신고한 요양기관의 경우 현지조사 면제 및 행정처분(업무정지 또는 과징금) 감면 적용을 받게 되는데 2018년 하반기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화하면서 현재 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심평원이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심평원은 작년 10월부터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진행하지 못했던 병‧의원 자율점검을 본격 재개한 상황이다. 이때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을 바탕으로 종전에는 병‧의원이 14일 내 심평원에 자료를 제출해야 했다면 이제는 30일 이내로만 제출하면 된다.
또한 기존에는 병‧의원들이 자율점검 대상으로 선정되면 3년치에 달하는 의료행위 자료를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일단 6개월 자료만 제출하도록 부담이 완화됐다.
부당‧착오 청구 개연성이 높은 상위 6개월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고, 우선 점검한 이후 부당내역이 확인된다면 해당 병‧의원 스스로 자율적으로 대상기간을 최대 36개월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조정한 것이 핵심이다.
관건은 최근 안과 분야 '산립종절개술 자율점검'에서 불거져나왔다. 지난달 21일 심평원은 공문을 통보하면서 "실제로는 맥립종절개술 또는 안검농양절개술을 실시하고 산립종절개술로 착오 청구한 사례가 확인돼 유사 사례 사전 예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기관을 대상으로 자율점검을 실시한다"고 항목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에 따라 '산립종절개술(적출포함) 산정기준에 맞게 청구하였는지' '요양(의료)급여비용 청구내역과 실제로 실시한 행위가 동일한지 점검해 사실관계에 근거하여 확인 결과를 자율적으로 신고하'자는게 골자였다.
쟁점은, 시술이 빈번한 다래끼 질환으로 산립종절개술이나 맥립종절개술, 안검농양절개술을 칼같이 구분짓는데엔 실질적인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의원급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살펴보면 이들 다래끼 질환을 맥립종 및 산립종 등으로 진단명을 구분하고 있고 2020년 1월부터 안검농양절개술의 단가는 2만3970원, 산립종절개술(적출 포함)은 2만7500원, 맥립종절개술은 1만9810원으로 각각 산정됐다.
또 시술방법에서도 일부 차이를 보인다(사진 참조). 굳이 비교하자면 맥립종절개술 수가에 비해 산립종절개술 수가가 약 8000원 정도 더 비싼 셈이다.
이러한 산립종절개술 자율점검제를 놓고 의료계는 대체로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위청구와 관련,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될 건이면 이해를 하겠지만 몇 천원 차이인 산립종과 맥립종 절개술에 부당청구나 허위청구를 꺼내든 것에 다소 황당하다는 얘기였다.
의료계 "불필요한 행정소모 생각해봐야"…심평원 "관련부분 인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안과의사회 한 관계자는 "해당 자율점검의 요지는 산립종 절개술이 더 비싼 술기이기 때문에 실제는 맥립종인데 산립종으로 청구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라며 "정작 문제는 임상적으로 맥립종과 산립종을 칼로 긋듯이 구분지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임상은 의사의 판단과 진료의 영역인데 모든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 행위를 들여다 보겠다는 것에는 무리수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맥립종이든 산립종이든 시술 자체의 프로시져에는 차이가 별로 없다. 굳이 구분을 하자면 맥립종은 다래끼가 아프고 붓고하는 질환이고 산립종은 오래되어 굳어져서 딱딱하게 만져지는 상태"라며 "절개 이후 고름 여부에 따라 두 개 질환을 구분하게 되는데 통상 임상적으로 섞인 경우들이 많다. 딱딱한 조직만 나올때 청구해야 된다는 것은 어패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더불어 병‧의원의 현지조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해당 자율점검제도가 설계됐으나, 일선 병‧의원들에서는 '제2의 현지조사'라는 비판도 섞여 나온다.
안과의사회 이성준 보험부회장은 "자율점검 형식을 간단히 보면, 어떤 청구건에 의료진 스스로 검토해서 자진납세하라는 의미기도 하다"면서 "기본적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과다청구를 지양하고 있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점검을 하겠다고 통보를 받은 것인데, 현장에서의 불필요한 행정소모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맥립종과 산립종 절개술 비율이 95% 이상인 기관을 선정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맥립종의 경우 마취하고 절개하는 과정없이 짜는 경우는 임상적으로 청구를 잘 안 하는 것으로 안다"며 "보통 굳어서 딱딱해지면 째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맥립종 청구비율이 낮은 것은 맞다. 또 산립종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그는 "다래끼를 보는 병원이 비일비재한데 기준에 따라 6개월치를 먼저하고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증빙자료를 3년치로 넓히겠다는 것"이라며 "명목상 자율점검이라고 하지만 행정업무가 엄청나다. 심지어 다래끼 수가가 2~3만원 정도하는데 안과의 입장에서는 치료에 힘은 들고 치료과정에 차도가 없으면 말도 많아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심평원 자율점검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어느정도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 조사의 전단계이다 보니 자율점검에 대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진료와 병행하기에는 힘들다는 것도 이해하는데, 그래도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 정해진 프로세스에 의해서 진행하려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수가가 분명히 구분돼 있기 때문에 산립종과 맥립종을 진료할 경우 애매모호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경과서에 밝혀주고 점검결과서에 청구한 것을 써주는 것"이라며 "내용을 리뷰해가면서 모호하다는 부분에는 외부 자문을 받거나 내부회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