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지 1년이 다됐지만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춘계 학술대회를 앞둔 의학회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 행사를 잡아 놓은 상태에서 2.5단계가 지속적으로 연기되면서 행사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상당수 학회들은 아예 일정조차 확정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장기화 지속…2021년도 춘계학술대회 차질 불가피
8일 대한의학회 등에 따르면 오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춘계학술대회를 앞두고 각 의학회들이 큰 고민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이 결국 1년을 넘게 진행되면서 춘계 학술대회 개최 여부와 방식을 두고 고민이 가중되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은 의학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년 같은 경우 이미 지난해 춘계 학회 일정을 확정하고 의학회에 보고하지만 올해는 보고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학회 산하 학회 학술대회 일정은 2월부터 6월까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학회들이 춘계학술대회 진행 여부를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문제는 상당수 학회들이 올해에는 코로나 대유행이 일정 부분 사그라 들 것으로 예상하고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중에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춘계와 추계 학회 모두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하거나 취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대관을 통한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한 학회들이 많았던 상황.
현재 의학회에 보고된 일정들은 정리되지 않았지만 메디칼타임즈가 각 학회들을 통해 집계한 결과 실제로 올해 춘계 학회는 오프라인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일단 대한상부위장관 헬리코박터학회가 오는 3월 19일부터 20일까지 춘계 학술대회를 위해 스위스 그랜드 호텔을 대관해 놓은 상태다.
또한 대한뇌혈관외과학회도 같은 날짜에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에 있다.
다른 학회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온라인이 대세를 이뤘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오프라인을 준비한 학회들이 많다. 특히 굵직한 학회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대한내분비학회가 우선 오는 4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춘계 학술대회를 여수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어 대한내과학회 춘계학술대회도 4월 24일부터 경주 화백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학회 중 하나인 대한고혈압학회도 5월 21일부터 22일까지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에서 진행을 계획중에 있다.
오프라인 학회를 준비중인 A학회 총무이사는 "지난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방식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했지만 애로 사항이 많았다"며 "일단 학회 수입이 반토막 난게 가장 큰 피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그나마 지난해에는 학회에서 진행하던 다양한 행사들까지 함께 취소되면서 버텼지만 올해도 이렇게 진행되면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일단 코로나 확산세를 지켜 봐야겠지만 2단계 이하로만 내려간다면 오프라인 행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학회들은 온라인 학술대회 유지…일각에선 아예 유보
하지만 올해도 온라인 진행을 일찌감치 확정짓고 행사를 준비중인 학회도 많다. 코로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으로 이미 지난해 온라인 진행을 확정지은 경우다.
일단 오는 4월 1일부터 2일까지 춘계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완전한 온라인 전환을 확정짓고 버츄어 라이브 학회를 준비중에 있다.
또한 같은 달 3일 학술대회를 여는 대한신경과학회도 온라인 개최를 확정했다. 간 질환 유관 학회들이 모두 모이는 더 리버위크(Liver week)도 5월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외에도 대한영상의학회가 최근 첫 이사회를 열고 정기 학술대회를 온라인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영상의학회 오주영 이사장은 "비록 학술대회가 6월로 예정돼 있지만 코로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올해 학회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다시 쓰는 학회도 있다. 대한안과학회가 대표적인 경우다.
안과학회는 오는 4월 3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는 춘계 학술대회를 온라인 기반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실시간으로 온라인 방송을 송출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 질의 응답 등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일부 학회들은 아예 진행 여부와 방식 등을 공백으로 남겨 놓는 곳도 있다. 날짜만 잡아 놓은 채 방식과 장소 등을 아직 확정하지 않은 경우다.
대한소화기학회는 춘계학술대회 일자를 4월 18일로 고지했지만 아직까지 장소는 '미정' 상태로 남겨 놓은 사태다.
대한심부전학회도 3월 13일 춘계학술대회 일정을 보고했지만 아직까지 장소를 비롯해 온, 오프라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직 춘계학술대회 진행 로드맵을 논의중인 B학회 이사장은 "현재 상황을 보면 한치 앞을 알 수 있겠느냐"며 "지난해도 두번이나 학회를 연기했는데 무리하게 결정하느니 조금 일정이 미뤄지더라도 상황을 보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