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개선 확인에도 불구하고 음전 시간 단축 입증 실패 "주관적 지표 달성…객관적 지표로 실제 가치 증명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증 자문단이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렉키로나주)와 품목 허가를 권고했지만 여전히 몇몇 전문가들은 효과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코로나19 증상 개선 시간 감소에도 불구하고 위약과 비교할 때 실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에는 차이가 없어 렉키로나주를 과연 치료제로 볼 수 있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기 때문이다.
18일 식약처는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허가 심사 현황 브리핑을 통해 렉키로나주에 대한 자문단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효과성 부분을 보면 약을 투여받은 환자가 실제로 코로나19 증상에서 빨리 회복됐고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증상에서 회복될 때까지의 시간이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5.34일,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는 8.77일이 소요되어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가 약 3.43일 정도 빨리 코로나19 증상으로부터 회복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검증자문단은 이 약을 투여함으로써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있어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증상 개선이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검증 자문단은 바이러스 검사결과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이 투약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위약)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증상 개선 효과는 있지만 이것이 실제 바이러스 소멸 및 이로 인한 완치 개념의 음성 전환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자문단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지는 않으나, 이 약 투여 후 체내 바이러스 농도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관찰됐다는 의견으로 정리했다.
임상 전문가들은 두 번째 임상 지표 공개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 병원 소속 전문의는 "증상이 좋아지는 것은 주관적이고 음전은 객관적인 지표"라며 "해당 결과를 보면 주관적으로 증상이 좋아졌을 뿐 객관적인 지표 달성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일 정도 증상 회복이 빨라지는 효과를 두고 치료제로 볼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조건부) 허가를 내 줄 정도의 효과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망률, 바이러스 음전률, 바이러스 양 감소와 같은 실제적인 지표를 만족시켜야만 치료제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이번 조건부 허가를 근거로 나머지 다양한 업체 품목도 허가 홍수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약한 효과에도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면 임상 및 심사 대기중인 녹십자, 종근당, 대웅 등의 다양한 치료제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의 경우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이 정도의 지표로는 허가가 어렵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식약처는 지표 측정 방법의 오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증상 개선 시간이 줄어들면 음성으로 전환되는 시간도 줄어들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았다는 점은 각각의 지표 측정에 있어 방법론의 오류나 지표값의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문단도 바이러스 측정 방법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시험결과 간 편차가 큰 시험방법 자체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며 "이같은 문제가 바이러스 음전 소요 시간 변화에서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문단도 3상을 전제로 허가를 언급했고 이후 추가로 식약처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재차 자문을 거친다"며 "자문단이 권고한 대로 3상 임상시험에서 충분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중증 이환률 감소 확인과 같은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효과 검증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