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제 케타민의 새로운 효용성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알콜중독 치료제 가능성에 이어 이번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도 효과가 있다는 첫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 소속 아드리아나 페더 교수 등 연구진이 진행한 케타민 투약 후 PTSD 증상 개선 연구가 미국정신의학회지에 현지시각으로 지난 5일 게재됐다(doi.org/10.1176/appi.ajp.2020.20050596).
케타민은 환각 증상을 유발하는 마취제로 주로 전신 마취 용도로 사용된다. 연구진은 케타민이 정신질환 장애에 효과를 보인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 PTSD에도 효과가 있는지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진은 만성 PTSD 환자 3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2주간 6회에 걸쳐 케타민(0.5mg/kg)이나 미다졸람(0.045mg/kg)을 투여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제 미다졸람은 수술전 진정이나 불안 감소 등에 사용되는 약물이다.
최초 투약 후 24시간 후, 매주 방문 시 임상의 등급 평가 및 자체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는 PTSD 증상 척도로 사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메뉴얼(CAPS-5)과 우울증 등급 척도인 몽고메리-애즈버그 우울증 평가표(MADS)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케타민 투약군은 CAPS-5와 MADRS 총점에서 기준선 대비 미다졸람 그룹보다 훨씬 더 많은 개선 효과를 보였다. 2주차 평균 CAPS-5 총점은 미다졸람 그룹보다 케타민 그룹이 11.88점이 낮았다.
케타민 투약군의 67%는 치료에 효과를 보인 반면 미다졸람 투약군은 20%에 그쳤다. 케타민은 2주간의 투약이 중단된 후 약 27.5일까지 효과가 지속됐다.
케타민 투약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PTSD 분야는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욕구가 크다"며 "케타민이 점점 더 널리 사용되면서, 오프라벨(허가 외 사용)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실제로 케타민이 PTSD에 효능이 있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다만 대상자가 적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