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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렉라자 개발 계기...폐암 치료인식 확 달라질 것"

발행날짜: 2021-02-22 05:45:50

김흥태 국립암센터 교수
렉라자 3세대 EGFR-TKI 제제 개발 의미 밝혀...효과 안전성 합격
단순 신약개발 떠나 폐암도 만성질환처럼 관리 인식 기대

국산 폐암신약 렉라자(성분면 레이저티닙)가 마침내 처방권에 진입했다.

해당 약은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환자(NSCLC)에게 쓸 수 있는 3세대 타이로신 키나제 억제제(3th TKI)로 지난 1월 18일 허가됐다. 이로서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3세대 EGFR TKI 제제는 두 개로 늘어났고, 맞춤형 처방도 가능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렉라자를 보는 국내 전문가들의 일관된 평가가 지금까지 개발된 국산 항암신약과 다르다는 것이다.

알보고니 그런 배경에는 투명한 임상 공개에 있었다. 비임상부터 1/2상까지 모든 임상 내용을 유수의 학회에 공개했고 동시에 논문으로 출고하면서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만큼 임상적 유효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결국 이런 행보는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에 눈에 띄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립암센터 김흥태 교수
이러한 개발 과정을 오롯이 지켜본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김흥태 교수는 “전세계 EGFR-TKI 처방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호평했다.

이제 막나온 항암제 치고는 굉장히 후한 평가를 준 셈인데, “국내 다기관 임상을 통한 검증과 글로벌 제약사의 기술수출이라는 결과로 보여주지 않았느냐”는 반응이다.

"렉라자 뇌전이 탁월한 효과...내약성 우수해 병용기회 기대"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까?

김 교수는 매달 400여명 폐암환자를 보는 임상의다. 수십년간 진료를 통해 환자의 다양성과 치료환경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는 만큼 그의 평가는 남다른 무게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결과는 둘다 '합격'. 김 교수는 렉라자가 같은 3세대 EGFR-TKI제제인 오시머티닙과 비교해 효과면에서 상응하면서도 뇌전이에 탁월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또 안전성도 우수한 내약성을 꼽았는데 이는 타 약제와 병합요법시에 큰 이점을 낼 수 있는 부분으로 해석했다.

김 교수는 “앞서 한미약품이 개발했던 올리타도 효과가 있는 약이었으나, 효과만 내는데 급급해 안전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던 것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이어졌다”며 “그런 면에서 렉라자는 효과와 안전성을 모두 겸비한 약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약점이라면 근거 확보인데 모든 신약이 가진 한계라는 것. 따라서 남은 숙제는 효과와 안전성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많은 임상의들의 선택을 받는 일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임상 진행과 더불어 리얼월드 데이터(real-world data) 분석과 수집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미 오시머티닙이 2차요법으로 급여처방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화학항암제와 비교하는 확증적 3상 임상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오시머티닙 연구인 AURA3에 참여한 환자수만큼 레이저티닙 단일군의 리얼월드데이터를 수집해 무진행생존율(PFS)을 비교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차 치료 검증하는 두개의 글로벌 임상 결과 기대"

1차 치료영역에서는 두 개의 글로벌 3상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근거 축적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현재 렉라자는 Lazer 301 연구와 MARIPOSA(amivantamab 병용) 연구가 진행 중이다. Lazer 301의 경우 게피티닙과 비교하는 연구이며, MARIPOSA는 오시머니티닙과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맵과 비교하는 연구다. 모두 1차 치료 적응증 추가가 목표다.

김 교수는 "렉라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신약"이라며 글로벌 암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등재를 위해서는 근거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두 개의 글로벌 3상연구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글로벌 신약으로 NCCN가이드라인 등재는 물론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Lazer 301 연구의 국내 등록은 끝났고, 글로벌 부분만 진행되고 있는데, 금년 7월에 등재 완료가 예상되고 있어 내년 하반기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경제성 입증한 오시머티닙과 유사한 가격도 괜찮아"

또다른 숙제는 환자접근성이다. 아무리 좋은 신약이 나와도 시장 진입이 너무 늦거나 비싸면 접근이 어려운 만큼 신속한 급여등재가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2차요법 시장에서 렉라자를 신속하게 급여권에 진입시켜 두 약제의 가격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접근정책이자 전략”이라며 “오시머티닙의 비용효과성이 인정됐기 때문에 유사한 비용으로 결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나름의 견해를 내비쳤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이번 한국산 폐암 치료의 탄생이 폐암 처방 및 환자 관리에 큰 울림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3세대 TKI 제제 옵션이 늘어났다는 변화에서 머무르지 않고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인식 확산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국내 EGFR돌연변이 양성 환자에게 EGFR-TKI 이전과 이후의 시대는 확연히 다르다”며 “4기 폐암의 경우 세포독성항암제로 1년생존, 2003년에 도입된 1세대 EGFR-TKI치료는 2년생존, 2015년에 도입된 3세대 EGFR-TKI치료는 3년이상 생존을 가능하게 됐다. 이런 흐름은 폐암도 곧 만성질환처럼 관리가능한 시대가 곧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