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임신중절(낙태) 합법화 이후에도 음지 영역에 머물러 있던 낙태약의 공급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낙태약 판매 회사'라는 낙인 우려로 눈치를 보던 제약사들이 규제 당국에 사전검토를 신청, 개발 및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달 10일 접수된 인공임신중단의약품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에 대한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가 미프진 등 낙태약에 대한 허가신청 전 미리 안전성과 유효성의 일부자료에 대해 기준을 확인하는 사전검토를 신청했다"며 "이에 대한 절차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작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부터 낙태에 대한 처벌 규정이 폐지됐다. 문제는 낙태약이 정식 허가 절차를 밟지 않아 국내에서선 낙태죄 폐지에도 불구하고 음성으로 미프진 등의 약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
제약회사들은 낙태약 공급, 유통만으로도 '낙태약 판매사'라는 오명에 시달릴 수 있다며 눈치를 보는 실정이었다. 피임 약으로 특화 영역을 구축한 제약사들 역시 낙태약 공급에 선뜻 나서지 못해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전검토란 허가 전에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 유효성 등 자료 전반을 식약처에 미리 검토를 받는 과정을 뜻한다"며 "사전검토를 받으면 개발 및 허가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검토는 의약품의 개발 이전 단계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제약사의 사전검토 신청은 곧 허가를 위한 준비 절차로 해석된다.
식약처 역시 원활한 낙태약 사용을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인공 임신 중절 의약품 안전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에 있다"며 "산부인과 전문의 외 여성 단체 등 관련 단체 및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처방 사례 등을 참고해 인공 임신 중단 의약품의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접근성 제고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