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의사회 중심 문제 제기 공식화 "혈액원에 개선 의견 검토 요청" "프로페시아‧아보다트 복용환자 헌혈배제 맞지만 알파차단제는 아냐"
"전립선비대증 약 복용을 이유로 헌혈을 못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코로나 대유행 등으로 헌혈이 줄면서 혈액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복용자에 대한 기피가 지속되자 학자들이 나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비뇨의학회와 비뇨기과의사회 차원에서 혈액 관리당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개선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알파차단제(alpha-blocker)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이 헌혈 대상자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간단히 말해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사실상 헌혈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알파차단제와 5알파환원효소억제제(5ARI)를 주로 처방하고 있다.
여기서 알파차단제는 전립선 근육의 긴장을 낮추는 약물로 방광경부, 전립선요도의 평활근을 이완해 배뇨 증상을 완화시킨다.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는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전립선비대의 성장을 억제시키고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비뇨의학과의사회 민승기 보험부회장(골드만비뇨의학과)은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나 두타스테리드(아보다트)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헌혈에 있어 확실한 금기사항인 것은 분명하다"며 "두 제제는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 중인 환자는 헌혈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칫 임산부가 해당 제제를 복용한 환자의 피를 수혈 받는다면 태아 성기에 기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두타스테리드 복용 환자는 약을 끊고 6개월, 피나스테리드 복용 환자는 1개월 후에나 헌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비뇨의학회와 의사회를 중심으로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복용 환자의 헌혈 배제는 맞지만, 알파차단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는 헌혈이 가능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코로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전면적인 헌혈 배제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 비뇨의학계의 지적.
실제로 혈액관리본부가 국회에 제출한 최근 3년간 헌혈량 실적 현황에 따르면, 헌혈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 헌혈량은 243만명 수준으로 3년 전 대비 27만 9천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혈액적정 보유일수(5일분 이상)가 85일(23%)에 불과해 3년전 160일(43.8%)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실제 수술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정 혈액 보유 일수가 유지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조만간 적십자사 등에 관련 문제를 개선해달라는 공문 등을 보내겠다는 방침이다.
비뇨의학회 관계자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는 무조건 헌혈을 할 수 없다고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혈액부족 상황에서 이 같이 접근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손해"라며 "최근 학회를 통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는 만큼 적집자사 혈액원 측에 알파블로커 복용 환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 학회에서는 이 같은 비뇨의학계의 문제 제기를 두고서 '이해는 되지만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박종훈 회장(고대안암병원장)은 "헌혈 현장에서 약제 별로 대상자를 가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알파차단체와 5알파환원효소억제제 복용환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현실적으로 개선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