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의 가장 큰 합병증 중 하나인 심혈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베타차단제가 아닌 엔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를 처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HIV를 가진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고혈압 약제 특성을 비교한 것은 이번이 첫번째 연구로 향후 처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시각으로 5일 미국심장학회가 발행하는 고혈압(Hypertension) 저널에는 HIV의 심혈관 위험에 대한 고혈압 약제별 비교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10.1161/HYPERTENSIONAHA.120.16263).
일반적으로 HIV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항 레트로 바이러스요법(ART)는 고혈압 등 심혈관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과연 혈압약이 항 레트로 바이러스요법을 받는 환자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는지에 관심이 쏠렸던 것이 사실.
이에 따라 펜실베니아 의과대학 코헨(Jordana B. Cohen)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HIV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8041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 중 82%가 심혈관 위험 예방이나 고혈압 치료를 위해 혈압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에는 베타차단제가 13%를 차지했으며 칼슘채널차단제가 11%, ACEi가 24%로 나타났다.
이들을 대상으로 평균 6.5년 동안 추적 관찰하자 HIV를 가진 환자 중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비중은 25%로 분석됐다.
특히 이렇게 심부전 등 심혈관 질환을 겪은 환자는 베타차단제를 복용 중인 경우가 특히 많았다. 약물별로 심혈관 위험을 비교하자 베타차단제를 처방받은 환자가 ACEi를 먹은 환자에 비해 90%나 높게 나타난 것.
반면 티아디드이뇨제나 칼슘채널차단제, ARB 등은 ACEi와 통계적으로 위험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향후 HIV를 가진 고혈압 등 환자에게 베타차단제가 아닌 ACEi를 처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미 1차 치료제로서 베타차단제를 권장하지 않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정서지만 여전히 13%나 처방되고 있는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HIV를 가진 환자의 경우 심장내과가 아닌 감염내과 등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헨 교수는 "HIV를 가진 환자의 심혈관 위험은 ACEi로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며 "또한 초기 치료일수록 가지는 장점이 더욱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여전히 베타차단제가 13%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대부분 HIV를 가진 고혈압 환자 등이 심장내과가 아닌 감염내과 등에서 처방을 받고 있는 상황이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협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