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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에 의료계·환자단체 입장차 여전

발행날짜: 2021-05-26 12:50:30

26일 국회 복지위 제1소위원회서 공청회...각계 의견만 제시
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 vs 환자단체 "최소한의 조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첨예한 찬반 대립은 역시나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26일 오전 10시부터 공청회를 열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등 시민단체간 입장차를 좁혀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신현영 의원의 법안 이외 김남국 의원과 안규백 의원은 당초 발의한 법안을 수정법안을 내놨다.

복지위는 26일 수술실 cctv 의무화법안을 두고 공청회를 실시했다.
수정 법안에서도 수술실 내 CCTV 설치, 운영을 의무화 하는 내용은 그대로 담겼다. 환자 혹은 환자보호자의 촬영 동의를 받아 촬영하고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촬영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의료기관은 촬영, 녹음한 자료가 분실, 도난, 유출, 변조 또는 훼손되지 않도록 설치와 내부 관리계획의 수립, 접속기록 보관, 보관기간 및 자료폐기 등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기술적, 관리적, 물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에 대한 비용을 일부 지원할 수 있다.

CCTV로 촬영한 내용은 '1.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가 수술 등의 경과(수술상황)를 확인할 목적으로 요청할 때', '2. 의료사고 중재를 위해 분쟁조정원이 요청한 경우', '3.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사본을 발급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의료기관은 사본발급시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자정활동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의사협회 김종민 보험이사는 "면허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의사면허관리원을 추진 중"이라면서 "수준이하 또는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의사면허기구'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윤리위원회 기능을 대폭 강화하거나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운영할 것"이라면서 "기존의 수술실 출입관리 규정(명부 작성, 지문 인식 등)도 보완하겠다"고 했다.

회원 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 및 적발시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

김종민 보험이사는 "고난이도 중증질환 수술에서 '발생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분쟁 상황을 피하고자 소극적이고 보존적인 수술 문화가 만연화돼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 또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했다.

병원협회 회원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병원 오주형 병원장은 "수술의 전체과정을 일거수일투족 CCTV로 감시당한다면 심리적 위축으로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수술을 거부하거나 환자에게 다른방식으로 진료를 유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촬영자료가 목적 이외 해킹, 유출되는 경우 개인정보 유출보다 개인적, 사회적 고통과 파장이 클 것"이라면서 "이와 더불어 정보주체인 의료인이 촬영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주형 병원장은 CCTV설치로 인한 비용부담도 거론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약 40~50개 이상의 공간에 CCTV를 설치하고 영상자료의 저장, 보관 문제 등을 고려할 떄 막대한 유지비용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그는 또 "수술실 내 CCTV한대 설치로 의료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이라며 "상급종합병원에 먼저 설치하겠다는 의견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K방역에 앞장서는 의사, 간호사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 병원장은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을 개선안으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부적절한 인원의 출입을 차단할 수 있다록 봤다.

하지만 환자단체 등 시민단체 또한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최근 인천의 척추전문병원에서 발생한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을 예로 들며 CCTV 설치 의무화를 거듭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계의 제안을 하나하나 반대하며 △CCTV설치는 수술실 입구가 아닌 내부에 설치해야하며 △'의료인의 동의'가 아닌 '환자의 동의와 요구'를 전제로 의무촬영할 것을 강조했다.

또 △설치대상도 병원·의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으로 규정해 열외가 없도록 했으며 △촬영 대상도 모든 의료행위로 할 것을 주장했다.

안기종 대표는 "최근 척추전문병원으로 지정받은 병원에서 무자격자인 다수의 원무과 직원이 환자의 몸을 절개, 봉합하는 의료행위를 불법적으로 대리수술한 사건이 적발됐다"면서 CCTV설치 의무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대 국회에서 의료계의 요구로 응급실과 진료실에서의 의료인 안전보호를 위한 법안은 대부분 통과했지만 수술실에서 환자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대부분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응급실에는 100% 설치되어 있지만, 환자나 보호자도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이를 수용하고 있다"면서 "수술실 CCTV설치는 오히려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