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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 '면허 취소법' 필요...타 직역과 형평성 위배

박양명
발행날짜: 2021-05-31 12:00:11

박호균 변호사 "강력범죄 전력 있는 의료인 진료 회피 방법 없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소극적 의료행위 우려...논의 필요한 영역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 집행 후 5년간 의사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일명 '의사면허 취소법'에 대해 법조계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면허취소 범위에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포함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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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료법학회는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보건의약식품전문검사커뮤니티와 지난 29일 '의료인 면허 및 의료행위의 범위'를 주제로 온라인 춘계공동학술대회를 열었다.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와 그 한계'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국회에 계류중인 의사면허 취소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전남의대를 졸업한 의사 출신 변호사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계류중이다.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는 등의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해당법안은 지난 2월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갔지만 의료계와 야당의 강한 반대로 제동이 걸린바 있다.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문직은 형사적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전문직 관련 등록이나 자격이 취소되는 형태의 법률 규정을 두고 있다"라며 "의사 등 의료인은 일반 형사범죄나 일반 특별법 위반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면허에 영향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파산선고를 받으면 대분의 다른 직역에서는 공무원, 교수,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의료인은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의료인 자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체를 유기하거나 살인죄를 저지르더라도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소리다.

박 변호사는 "국민은 의료사고가 빈발하는 의료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돼 진료를 받거나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의료인의 진료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근본적으로는 의료법상 의료인에 대한 적절한 결격사유, 나아가 면허규제 관련 기준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홍현준 검사도 "전문가 직역뿐만 아니라 사기업에서도 금고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면직 사유로 하거나 나아가 형의 경중과 무관하게 유죄 판결이 확정된 경우를 면직 사유로 하기도 한다"라며 "형사 처벌을 받은 사람에 대한 별도 규제가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고 위법 행위자에게 강도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대한 면허취소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시선이 엇갈렸다.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사고 관련 업무상과실치사상 범죄에 대해서는 면허를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조장할 수 있다"라며 "최소한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생명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면허취소의 근거를 갖추는 형태로 의료법이 개정될 필요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신해철 사건을 예로 들었다. 고 신해철 씨에 대해 의료사고를 낸 담당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1년 선고를 받았지만 의사면허가 취소되지는 않았다.

박 변호사는 "일부 의료인은 해당 법안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지만 향후 의료법 개정으로 면허취소 처분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일정기간 경과 후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라며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면허 규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사회의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법률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현준 검사는 면허취소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드러냈다.

홍 검사는 "의료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결과를 면허규제와 결부시켰을 때 의료행위를 소극적으로 행하게 돼 결국 국민이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관련 법률의 고의범이거나 과실범일 때는 필요적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해 의료인 업무 관련 범죄에 있어서는 엄격한 규율로써 준법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라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면허관리원을 의료인, 일반국민, 법조인으로 구성해 다양한 사례를 토론하고 면허 규제의 기준안을 제시하며 자율적 규제가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