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방역 강화 기조에 피험자 지원 하락 대안 부상 한국 FDC 법제학회 등 개선 요구 "국내 규제 완화해야"
"해외 임상 사이트는 Remote(원격), Virtual(가상), Decentralized(분산) 단어로 도배돼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임상시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비대면과 방역 강화 기조에 따라 대상자 지원 감소 및 임상 건수 하락이 현실화되면서 대안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이미 원격 플랫폼 활용이 활발한 해외에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재택 및 분산(Decentralized)임상, AI를 활용한 환자 매칭 강화 등의 기술을 그 대안으로 꼽고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 FDC 법제학회는 18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변하는 규제환경의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팬데믹 상황이 초래한 임상 현장의 변화 및 과제를 점검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이 2년차에 접어들면서 임상시험에 실제적인 변화를 초래했다는 언급이 줄을 잇고 있다. 해외에서 비대면 플랫폼 임상 가능성을 살핀 실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코로나 시대의 임상시험' 세션을 발표한 이정희 올리브헬스케어 대표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클리니컬 트라이얼에 등록된 전 세계 임상의 증가는 연평균 5.2%에 달했다"며 "반면 코로나 유행 이후 임상시험 전체 건수, 코로나 관련 임상 건수 등에서 양적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느린 임상 대상자 모집 속도가 임상 중단의 주요 원인이었다"며 "코로나가 유행한 2020년 2~3분기 임상 대상자 모집 중단 사례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원자의 임상 등록이 더뎌진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임상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중단된 임상이 최근 재개되고는 있지만 대면 방식에 대한 우려로 더딘 임상 대상자 모집 속도를 올릴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의료진과 임상 대상자가 직접 대면해야 하는 문제가 유지되는 데다가 병원의 자원이 코로나 감염자 진단, 치료에 쏠리면서 보다 효율적인 임상 수행 방안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이미 해외에선 2011년 화이자가 휴대전화와 웹 기반 기술로 임상시험기관을 방문하지 않고 약을 배송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원격 임상을 최초로 시행했다"며 "2020년 화이자는 4만 4천여명 백신 임상 결과를 온라인, 원격을 활용해 264일 만에 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얀센도 코로나 백신 임상 3상에서 원격 임상 지원자 위험 요소 스크리닝, 잠재적 증상과 연구 데이터를 원격으로 수령하는 방식을 썼다"며 "IT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임상 솔루션이 개발되고 FDA는 공식 문서에 이를 분산 임상이라는 용어로 정리했다"고 말했다.
실제 FDA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고 적절한 수단이 있는 경우 별도의 리뷰나 IRB 승인없이 임상을 화상 통화 및 의약품 배송을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게 허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해외의 분산 임상 사례를 보면 임상 대상자의 집에 간호사가 찾아와 웨어러블 패키지를 전달하고 주의 사항들을 설명해 집에서 임상 진행이 가능토록 했다"며 "참여자는 화상으로 의사들과 상담하고 체혈이 필요한 경우 다시 간호사가 내방하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원격 임상을 위한 각종 디지털 임상 플랫폼이 개발되고 있다"며 "사이언스37과 AiCure가 협력해 스마트폰 안면인식으로 실제 임상 약을 먹는지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에 적합한 신규 화합물을 찾는데 AI가 사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임상 목적에 맞는 적합 대상자 매칭 서비스에도 AI가 활용된다"며 "해외 임상 사이트에서는 원격, 가상, 분산 등의 단어로 도배가 돼 있는데 국내 현실은 여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선 대상자 모집 공고가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수준에 머물러 재택 개념의 원격 임상과는 아직 거리감이 있다.
이 대표는 "임상 대상자들은 임상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 부족 등을 지원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는데 국내에선 엄격하게 텍스트 설명 방식 공고만 고집한다"며 "만일 임상책임자들이 영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보다 원활한 모집이 가능해질 수 있다"고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국내 임상에선 전자 동의가 가능하긴 한데 임상시험기관에 직접 가서 하는 것만 인정한다"며 "원격 개념이 빠진, 말 그대로 종이 대신 전자 문서를 사용하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임상 책임자와의 화상통화나 상담 스케쥴 예약 허용 등 규제가 임상을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며 "규제 완화책 못지 않게 원격 임상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한 책임소재, 증상 자가 평가의 관리, 딥러닝 및 웨어러블 기기의 측정값 신뢰도 문제 역시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