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 FLAURA 연구 두고 전문가 견해차 나타나 암질심 위원 각 학회 대표성 가진 인물 추천 의견도
3세대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EGFR-TK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 1차치료 급여진입으로 눈을 돌려보면 장벽에 부딪히고 있는 모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4월 1차요법 급여 확대안이 부결된 지 1년 만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열고 타그리소에 대한 1차요법 급여 확대안을 심의했지만 부적합 판정을 내렸기 때문.
암질심 논의 당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아시아인에서 OS를 확인한 근거를 추가한 FLAURA China 연구다.
앞서 FLAURA 3상 하위 분석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전체 생존기간(OS) 혜택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 차원으로 FLAURA China 중국인 대상 OS 데이터를 제출한 것이다.
FLAURA 연구를 살펴보면 전체생존기간(OS)이 38.6개월로 비교군의 31.8개월 보다 6.8개월 길게 나타났다. 그러나 비아시안 그룹에서 전체생존률 위험비(HR)는 0.542였던 반면, 아시아인 그룹의 하위분석 결과에서는 위험비가 0.995에 그쳤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받았다.
이를 보아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는 FLAURA China 데이터를 근거로 급여 확대를 재추진했다. 중국인 환자 136명이 참여한 이 연구 결과, 타그리소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17.8개월, 전체생존기간은 33.1개월로 비교군(PFS 9.8개월, OS 25.7개월) 보다 효과적이었다는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암질심은 기존의 결정을 뒤집을 만한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밖에도 당시 논의 과정에서 FLAURA China 데이터가 지금까지 나왔던 서브그룹을 계속해서 분석한 즉, 하위그룹의 하위그룹 데이터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심평원 암질심 위원은 "지난해 논의됐던 내용을 뒤집을 만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전반적인 재정상황과 함께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할만한 우월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료현장에선 사실상 FLAURA China 연구에 더해 추가적인 임상데이터를 내놓지 않은 이상 1차요법 급여 확대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암질심은 부결된 안건에 대해 과학적 보충 자료 없이 재논의를 하지 않는 원칙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선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재논의 신청이 이뤄져도 기존 논의를 뒤집을 만한 자료를 제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FLAURA 임상 크게 봐야하나 아시아만 봐야하나
하지만 이러한 암질심 결정과 별개로 임상현장에서는 타그리소가 1차 급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같은 임상결과를 손에 들고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지난 달 21일 열린 대한종양내과 정기심포지움에서 한국에서만 타그리소가 진행성 1차치료에서조차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었다.
당시 한 최고연구원은 아시아인 데이터를 두고 L858R 변이와 Exon19 결손 환자의 비율이 아시아인과 비아시아인에서 달랐고, 아시아인에서 L858R 변이 환자의 비중이 3분의 2 정도로 비아시아인에 비해 더 많았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와 함께 아이사인에서 3분의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일본의 환자패키지 상황의 영향으로 전체 데이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언급했다.
한지연 최고연구원은 "FLAURA 연구 일본 데이터가 타그리소 투여군에서 초기에 약제를 끊고 다른 후속 치료를 진행한 환자의 비율이 높다"며 "이러한 이유로 여기서 도출된 전체생존 데이터가 타그리소의 영향인지 후속 약제의 영향인지 바이어스가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에 비해 일본은 이상반응으로 인한 약물교체가 많았다"며 "조기에 타그리소에서 다른 치료제로 교체한 이유가 질병진행 때문인지 이상반응 때문인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최고연구원은 "정작 일본은 FLAURA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오시머티닙 허가와 동시에 급여를 적용해주고 있다"며 국내 환자가 일본 데이터의 영향으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타그리소 1차 급여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의문은 과연 암질심이 FLAURA China 데이터만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암질심 논의에서 나온 지적과 매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A교수는 "FLAURA 연구가 이미 플랫폼에 대한 과학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프라이머리엔드포인트를 충족한 연구"라며 "이를 무리하게 서브그룹에 대한 데이터로 결과를 입증하라고 하면 그렇게 디자인 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국가재정 문제도 고려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급여 결정을 내린 글로벌 40여개 나라가 인정해 준 상태"라며 "암질심에서 이번 결정에 대해 왜 거절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폐암학회 B임원은 "현재 NCR 부분분석은 원래 연구에서 하려던 목적이 아니고 원래 임상에서 목표했던 분석 외에 추가 분석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아시안 그룹에 대해 해석이 다른데 원래 목표했던 분석이 아닌 서브그룹 분석이기 때문에 이것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애매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암질심 판단 여러 요소 반영되지만…"그래도 소통 아쉽다"
타그리소뿐만 아니라 많은 치료제와 관련해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딜레마는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와 보험제도간의 간극이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적합한 처방이라고 판단하더라도 실제 선택에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 이러한 영향으로 늘 의료진들은 급여 기준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열렸던 대한종양내과학회 심포지엄에서는 처방과 보험제도 간 간극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암질환심사위원회 위원장인 김열홍 교수(고대안암병원)는 급여기준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근거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급여기준을 확대하기 위해 암질심에서 논의가 가능한 루트는 제약회사 혹은 학회가 신청하는 2가지 방안"이라며 "학회에서 큰 틀에서 의견을 모은다면 어떤 과정으로 합의를 이뤘는지를 입증해 급여 확대를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급여 확대가 결정되더라도 재정부담을 고려해 제약회사의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며 "재정이 제한돼 제약회사에 약가를 낮춰달라고 요청해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급여 확대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심평원 전문심사위원인 이대호 교수(서울아산병원) 또한 근거 마련이 3상 임상만 가지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당시 이 교수는 "의료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3상 임상만 가지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암질심이 급여를 선택할 때 사회적 영향 등 여러 요소를 보지만 임상 시험 자료만 보게 되면 비용 효과 확인이 어려워 급여 적용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러 판단 기준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임질심과 임상현장의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도 하나의 숙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타그리소 관련 의견조회를 요청받았던 대한폐암학회는 의견조회에 대한 답을 전하기에 내부논의 시간 등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대한폐암학회 김영철 이사장(화순전남대병원)은 "심평원에서 학회에 의견을 묻는 시점이 회의 1~2주를 앞두고 촉박하게 오는 경우가 많다"며 "보험위원회에서 초안을 만들고 학회 이사회의 검토를 거쳐서 회신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초안을 만들기에도 촉박하게 공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암질심 내에서 학회 의견을 받고 판단하겠지만 대부분 이미 안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학회 의견을 물어보는 단계로 오는 것은 아닌가 한다"며 "또 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위원들의 의견이, 학계의 중론을 모은 학회의 의견보다 비중이 더 크게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심평원과 복지부에서 암질심 위원을 위촉할 때 해당 학회들로부터 추천을 받아서 위원을 위촉하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활동하고 계신 위원들이 분야별 전문가들로써 바쁜 시간을 할애해 많은 노력을 하고 지만 개인 자격으로 위촉돼 참여하는 것과, 학회의 대표로써 참여하는 것은 위원으로써 입장과 표출할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면서 "각 학회에서 추천받은 위원이 암질심 위원으로 참여한다면 임상 현장과 학계의 중론이 더 잘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