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출보고서 공개에 대한 세부 규정 마련에 나서면서 제약사 영업직군(Medical Representative, MR) 또한 향후 활동에 미칠 여파를 우려를 두고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당장 법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만남 횟수가 줄어들며 영업 활동이 위축되는 등 크고 작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의 예측이다.
제약업계가 지출보고서 공개를 주시하게 된 것은 지난 달 29일 지출보고서 공개를 담은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법안 통과에 따라 현재 작성의무만 있던 지출보고서 내용이 2023년부터는 공개 의무로 확대된 것.
개정된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제약사와 의료기기사, CSO(판매대행업)가 견본품을 제공하거나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대금결제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 후 조사 등의 행위에 쓴 돈이 모두 공개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지출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는 아니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가 필요에 따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외적으로 공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안이 진행되면 영업 직군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전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국적제약사 영업직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출보고서의 공개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의사가 제약사와의 만남 자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법이 시행되면 개원가 보다는 대학병원에서 활동하는 영업직의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사의 A영업직은 "가령 심포지엄을 예로 들면 어느 의사가 어떤 제약사 행사를 몇 번 참여했는지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럴 경우 행사를 진행해도 참석을 피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내부교육 중에 관련 내용이 공지돼 관련 사항을 주시하고 있다"며 "영업을하는 입장에서는 관계를 쌓기 위한 식사 자리 등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부분 영업사원은 지출보고서 공개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비용적인 부분에 따른 혼란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제약사 B영업사원은 "지출보고서를 이미 작성했고 회사 내부에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에 따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지출보고서 공개 시 이미 규제를 잘 따른 제약사 담당자들은 업계가 투명해져서 좋다는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일부 다국적제약사는 일정 금액 이하로는 회사에 따로 신고를 안해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정하는 시행령에 따라 혼란이 있는 제약사도 존재는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출보고서 공개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결국 개정된 법이 시행된다면 '현재와 같을 순 없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으로 개정안 도입 초기의 혼란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가령 심포지엄을 열게 된다면 오프라인의 경우 교통비와 식비들을 제공하며 동의를 받게 되는데 온라인은 지출보고서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부분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이럴 경우 얼굴을 한번 맞대고 인사하는 게 중요한 영업직 입장에서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다.
만성질환 치료제를 담당하는 C영업사원은 "심할 경우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병원 내부적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담당하는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당뇨, 고혈압 등 영업력 영향이 큰 담당자들은 데미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신제품 출시 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접근 할 것인지도 화두가 될 수 있다"며 "길게 봤을 때 영업이 위축되고 회사 내 영업의 위치가 축소화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