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바이젠셀 대표 겸 가톨릭의대 교수, 면역항암제 개발 의지 "30년 대학 노하우 상장 토대…기초의학‧산학협력 롤 모델 됐으면"
산학협력단 연구를 시작으로 가톨릭의과대학 기술지주회사 1호 자회사로 운영됐던 바이젠셀이 최근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며 주식시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 성장가능성을 증명하듯 주식시장 상장 과정에서의 청약 경쟁률은 886.2대 1 기록, 모인 투자자들의 증거금만 약 11조원에 이른다. 그만큼 바이젠셀은 이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바이젠셀의 성장을 이끈 장본인이 바로 가톨릭의대 교수를 겸하고 있는 김태규 대표다. 그는 아직도 기초의학자로서 의대생을 교육하는 역할도 충실하며 의학계와 바이오계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김태규 대표의 한 우물을 판 이력 덕에 최근 기초의학계에서는 성공 롤 모델로 꼽히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바이젠셀 김태규 대표(사진‧63)를 만나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으로서의 성장 과정을 들어보고, 향후 치료제 개발 계획을 들어봤다.
"혈액암 강자 가톨릭, 임상‧연구 시너지 결과물"
바이젠셀의 시작은 2005년 가톨릭의대에서 설립한 세포치료사업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로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에 종교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자 그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가톨릭 재단이 100억원을 출연해 세포치료사업단을 설립 한 것.
배아줄기세포를 사용하지 않고도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당시 김태규 대표는 사업단에 참여해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을 충족하는 세포 생산시설의 필요성을 주장해 이를 현실화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회사의 기반이 됐던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와 악성림프종 치료를 위한 임상 연구를 하게 됐다.
동시에 김태규 대표는 조혈모세포 이식에 있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인 서울성모병원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회사 설립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혈액암의 대가인 가톨릭의대 김춘추 교수에서부터 최근 혈액병원에 이르기까지 임상연구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김 대표는 "현재 서울성모병원의 조혈모세포 이식을 책임지고 있는 혈액병원과 다양한 공동 임상연구를 해왔다"며 "연구에 있어 기초적인 임상 자료가 풍부했다. 이 같은 임상과 기초의학의 유기적인 협력이 바이젠셀을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정부의 의대 기술지주회사 설립 정책도 바이젠셀 설립에 가속도를 붙게 했다. 2010년대 들어서부터 정부의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계기로 의과대학 산하의 기술지주회사 설립과 산학협력이 주요 과제로 주어진 것이다.
이 때 가톨릭의대 산학협력 실장을 맡고 있던 김태규 대표가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책임졌는데, 막상 해보니 자회사 설립이 필요했다. 이에 김 대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본인이 하던 연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1호 자회사로 '옥셀바이오메디칼'을 설립, 이듬해 이름을 바꿔 '바이젠셀'로 사명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 모든 과정이 우연의 연속인 셈이다.
김 대표는 "2013년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진행하던 과정 중 특허청의 조사를 의뢰받아 수행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치료제 특허가 충분한 의미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발을 하기 위해선 자회사 설립 후 다양한 투자를 통한 상업화가 필요했다"고 바이젠셀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 연구서 시작한 기업, 30년 노하우 인정받아"
현재 바이젠셀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는 암 항원에 반응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배양한 뒤 환자에게 투여해 암을 치료하는 세포치료제다. 환자 및 정상인의 혈액에서 T세포를 분리해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독성T세포(CTLs)를 배양하고 이를 표적 항원에 따라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구체적으로 바이젠셀은 ▲맞춤형 T세포 면역항암제 '바이티어'(ViTier, VT) ▲범용 감마델타T세포 면역항암치료제 '바이레인저'(ViRanger, VR) ▲범용 면역억제치료제 '바이메디어'(ViMedier, VM) 등 3종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주력인 NK/T 세포 림프종(VT-EBV-N)은 현재 국내 임상2상을 진행 중이며, 지난 2019년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2023년 임상(2상) 완료 후 조건부 품목허가를 취득해 조기 상업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특히 연구자주도임상(임상 1상)에서는 VT-EBV-N 투여 후 5년(2010년~2015년) 이상의 장기관찰을 진행한 결과, 안전성뿐만 아니라 유효성도 검증되면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보령제약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최근 기술특례 심사를 거쳐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앞으로는 상장 과정에서 투자받은 증거금을 바탕으로 임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지다.
참고로 바이젠셀은 보령제약의 오픈이노베이션 1호로서 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상장 과정 중 기술평가 부문이 있는데 무난하게 통과했다. 다만,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기술수출을 일컫는 라이센싱 아웃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바이젠셀은 대학에서 출발한 회사로서 치료제 개발의 노하우가 다른 점을 인정받았다. 실제로 상장 과정에서 핵심 치료제 기술이 잠재력이 큰 것으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다른 제약‧바이오기업이 꿈꾸는 기술수출을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
그는 "현재 추진 중인 맞춤형 T세포 면역항암제 개발은 단순히 제조공법이 아닌 노하우와 기술이 많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임상을 빨리 진행해 매출을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라며 "나머지 범용치료제 기술은 적극적으로 라이센싱 아웃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시에 다양한 사업다각화 전략을 마련해뒀기 때문에 회사는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노후대비로 시작한 연구, 산학협력 롤 모델 됐으면"
돌이켜 보면 김 대표의 바이젠셀 설립 과정은 '기초의학자'였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일반적인 임상의사의 길이 아닌 면역학을 전공하는 기초의학자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치료제 개발은 늘 꿈이었다고.
김 대표는 "임상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환자를 진료하는 다소 제한적이고 정해진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에 노력하고 싶었다"며 "임상의사가 아닌 기초의학을 선택한 배경이었다. 사실 임상의사와 비교해 기초의학자의 경우 대우도 다른 것은 사실"이라고 기초의학 투자의 아쉬움을 내비쳤다.
동시에 인터뷰 말미에 기초의학자로서의 창업과 의대의 산학협력 성공 모델이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치료제 개발에 따른 제약‧바이오회사로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대 연구로 시작한 산학협력의 결과물로 평가받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김 대표는 "사실 국내 의료체계 전반적으로 임상의사는 대학에서 정년을 마친다고 해도 개업이나 중소병원에서 진료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기초의학자는 정년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임상연구에 더불어 창업에 도전 한 배경 중 일부분인데 이제는 치료제 개발이라는 큰 목표로 달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치료제 개발로 돈으로 성공하는 것이 아닌 대학과 사회에 기여했다는 것으로 칭찬받고 싶다"며 "회사를 창립한 의미도 여기에 있다. 의과대학의 연구를 시작으로 한 산학협력 체계의 미션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향후 평가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