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수술실 내 CCTV 의무 설치법 국회 통과와 의사 증원을 담은 노정 합의 그리고 의사 지도 하에 진료와 처방을 포함한 전문간호사 고시 개정안 등 의료계 압박 법안과 정책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다.
거대 여당의 치밀한 전략 속에 내년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선심성 보건정책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등을 표방하며 보건의료 분야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초음파와 MRI 등 질환별 재정 부담이 큰 굵직한 보장성 강화는 코로나19 사태로 다소 늦어지는 했지만 완료됐거나 논의 중이다.
보장성 강화만이 능사일까.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했다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공급자를 위한 적정보상은 당연한 수순이다.
보장성 강화 항목에 국한된 수가 보상이 아닌 의료생태계를 선순환 시킬 근본적 개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료서비스의 기본은 진찰과 입원이다.
의원급과 병원급의 진찰료와 입원료에 대한 현 수가 수준이 저수가라는 것은 복지부도 인정한 부분이다.
의료기관 운영의 중심축인 진찰료와 입원료에 대한 적정보상을 재정 부담을 이유로 외면해 온 게 현실이다.
3분 진료와 사회적 입원 등 박리다매 식 의료기관 행태는 복지부가 자초했다.
복지부가 최근 외과계 기본술기인 창상봉합술 수가 논의를 통해 적정보상을 추진하는 것처럼 의료시스템 토대를 보완해야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복지부 의지이다.
현 상황은 진찰료와 입원료 모두 수 조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복지부는 여전히 주저하는 모양새이다.
보장성 강화에서 빠진 소아와 외상, 분만 등 필수의료 역시 진찰료와 입원료 적정보상을 전제로 정상화에 다가갈 수 있다.
의료단체 임원은 "조만간 복지부와 3차 상대가치 개편 논의를 시작한다. 핵심은 복지부의 실행 의지"라면서 "총점 고정 원칙을 고수한 진찰료와 입원료 수가의 땜질식 처방은 저수가 체계 지속을 위한 돌려막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대선 주자 경선 레이스로 여론전을 펼치며 청와대 입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선 주자가 결정되면 보장성 강화와 감염병 방역 대책 등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질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방역과 치료 핵심인 의료인력들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을 바라는 것은 구태이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와 간호사, 보건의료인 모두 건강보험 만으로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진찰료와 입원료 적정보상은 의료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