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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장관은 예방접종업무만 하다 끝낼 것인가”

이창진
발행날짜: 2021-05-17 05:45:50

이창진 의료경제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1년 5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보이지 않은 신종 감염병과 지루한 싸움에 국민들과 보건의료계 모두 지쳐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연일 브리핑을 통해 지역 감염 상황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진행 상황을 전달하며 국민들 불안감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는 형국이다.

한 가지 의문점은 복지부 역할이 합당하냐는 것이다.

복지부는 1년 넘도록 중앙수습대책본부(이하 중수본)를 설치해 본부 공무원들을 파견하거나 직책 겸임 방식으로 코로나19를 대응해왔다. 다른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파견을 통한 인력 수급은 여의치 않은 상태이다.

죽어나는 것은 복지부 본부 공무원들이다. 일례로,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부서 공무원들은 인사 발령으로 자신의 업무를 접고 코로나19 상황에 매달려야 한다.

고유 업무인 복지와 보건의료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복지부 출신 권덕철 장관 취임 이후 공무원들의 기대감도 시나브로 사라지고 있다.

쉴 새 없는 인사 발령으로 중수본은 때 되면 가는 곳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부서 과장과 서기관, 사무관, 주무관 모두 복지부동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해답은 간단하다. 질병관리청으로 코로나19 업무를 이관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본질은 방역으로 질병관리청이 담당하는 게 마땅하다.

문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격상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이 질병관리청에 방역의 전권을 부여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년 동안 달라진 것은 없다. 복지부는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하고, 질병관리청은 복지부 눈치 보기에 바쁘다.

일각에서는 방역에 필요한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을 움직일 수 있는 부처는 복지부뿐이라고 말한다.

복지부 내부에서 '어느 실장과 국장은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을 꽉 잡고 있더라'라는 식의 풍문이 나올 정도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따른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정책을 통해 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 목줄을 쥐고 있는 복지부 권한은 상상 그 이상이다.

법과 고시 그리고 건강보험 수가라는 강력한 통제기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신종 감염병 사태에서 이 같은 권한을 질병관리청으로 이양하면 의문은 사라진다.

질병관리청 역시 법과 고시, 건강보험 급여기준 등을 가지면 복지부와 동일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사고는 과욕이다.

올해 초 청와대 업무보고와 국회 예산 책정에 따라 제대로 진행된 보건의료 정책과 사업이 있는지 복지부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

상반기 의료전달체계 개선방안 발표에 이어 3차 상대가치 개편방안 논의 등 의료 생태계 대변화를 몰고 올 굵직한 정책이 제때 진행될지 의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문정부 마지막 장관인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 취임부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하다 마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됐다"면서 "보건의료 쟁점 현안은 협의체를 통해 질질 끌다가 땜질식 처방에 그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보건을 넘어 경제와 국방까지 타격을 미치는 국가적 재난임을 부인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중대한 보건의료 정책을 현재와 같이 방관할 경우 보건의료계 직역 간 갈등과 경쟁은 지속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