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간호인력 변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누가 또 사직서를 내지 않았을까 조마조마 합니다. 간호사 면허증만 있으면 학력, 나이, 경력 불문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지방 중소병원에서 시작된 간호사 인력난이 서울권을 강타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홍익병원과 혜민병원을 방문해 서울지역 중소병원의 간호인력 현실을 현장 취재했다.
중소병원 간호인력 수급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소연한다.
그동안 서울지역 중소병원의 경우, 간호사 인력 수급이 지방에 비해 수월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서울지역 중소병원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홍익병원(병원장 라기혁)은 개원 40년 된 서울 강서권 병원계 터줏대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본관에 이어 신관, 목동관까지 확장 공사를 통해 병상 수는 293병상에 달해, 조만간 300~400병상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강서지역 터주대감 홍익병원, 1개 병동·중환자실 ‘폐쇄’
2021년 4월 현재, 홍익병원 허가 병상 수는 240병상으로 대폭 줄었다.
어떻게 될 영문일까.
홍익병원은 목동관 32병동과 중환자실을 폐쇄했다. 이유는 간호사 인력난이다.
현재 전문의는 80명, 간호사는 161명이 근무 중이다. 이중 간호사 수는 불과 3~4년 전에 비해 30~40명 급감한 수치다.
홍익병원 간호사 초봉은 '4천만원+α'이다. 여기에 기숙사 제공과 간호사 보수교육 공가 등 복리 후생을 매년 확대했다.
홍익병원은 간호부장 직책을 행정부원장으로 격상하며 간호사 채용에 총력을 기했다.
민정숙 행정부원장(간호부장 겸임)은 "간호사 급여를 매년 인상하고 기숙사와 수당, 공가 등 복리후생에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면서 "1명의 간호사가 귀하다. 병동 3교대 근무 어려움과 중소병원에 대한 선입견 등으로 365일 채용 공고를 내고 간호사 구하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간호사 인력난 여파는 중환자실 폐쇄로 이어졌다. 병동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환자실 인력기준에 맞춘 전담 간호사 배치는 이미 포기한 상황이다.
■병상가동률 50% 수준…지역응급기관 간호 1등급 효과 ‘미비’
그런데 홍익병원은 2021년 간호등급제(간호관리료 차등제) '1등급'을 받았다.
병원이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19년 9월 고시 개정을 통해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을 허가 병상 수에서 재원 입원자 수로 개선했다.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을 반영한 조치이다.
서울 지역만 허가 병상 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홍익병원의 경우, 복지부장관이 예외로 인정한 공공의료기관과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에 속해 재원 환자 수 적용을 받은 것이다.
간호등급제 1등급 통보를 받은 홍익병원은 쓴 웃음을 지었다.
4월말 현재, 240병상의 실제 가동률은 50% 수준이다. 1등급을 받았지만 입원환자 수는 120~130명에 불과해 입원료 가산을 적용해도 기존 입원수익에 턱없이 못 미친다.
민정숙 행정부원장은 "간호등급제 1등급 성과가 이렇게 초라할 줄 몰랐다. 코로나19 이후 입원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감염 전담실, 의뢰회송센터, 신포괄수가 등 경영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수가 가산제도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병원 간호사 채용 대기 개선과 중소병원 급여 평준화 ‘시급’
그는 "대학병원들의 신규 간호사 채용 장기 대기 개선과 중소병원 간 간호사 급여 평준화가 시급하다"고 전하고 "간호사 수급난이 지속된다면 서울의 많은 중소병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의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서울 강동 지역에서 강호로 평가받는 혜민병원(병원장 김병관)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982년에 개원한 혜민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 인공관절센터 개설과 수부미세수술클리닉 개설 등 중증질환 강호 중소병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 인근 대학병원조차 혜민병원 경력 간호사를 인정할 만큼 간호인력 파워를 자랑했다.
■혜민병원, 중증질환 강호병원 “간호사 30명 모집에 3명 채용”
매년 30명 수준이던 신규 간호사 채용이 올해 3명에 그쳤다.
4월말 현재, 간호사 수는 120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140명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셈이다.
혜민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은 병상 축소로 이어졌다.
기존 300병상에서 현재 219병상으로 확 줄었다. 여기에 실제 병상 가동율은 50~60%에 불과하다.
최근 1개 병동 폐쇄 결정도 더 이상 간호사 채용이 힘들다는 경영진과 간호팀의 긴급 처방이다.
혜민병원 신규 간호사 초봉은 '4200만원+α'이며 기숙사 제공, 연차와 무관한 공가 등 급여와 복지후생에서 중소병원 상위 수준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에 이어 신포괄수가 참여 검토까지 경영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사실상 답이 없다.
■300병상에서 219병상으로 축소 “병상가동률 50%대 급감”
박금순 간호부장은 "지방 간호대까지 매년 순회하며 신규 간호사 채용에 정성을 다하고 있다. 매년 30명에 달하는 간호사 채용이 올해 처음으로 3명에 불과했다"면서 "결국 신관 1개 병동 폐쇄 등 병실을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혜민병원 역시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재원환자 수를 반영해 간호등급제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병실 폐쇄에 이어 병상 가동률조차 50%대에 불과해 입원료 가산은 경영악화 상황에서 인공호흡기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박금순 간호부장은 "간호사 인력난은 지방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이 잘 운영돼야 의료진 급여도 개선될 수 있다. 병실을 줄이고 입원환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급여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다"며 "간호사들은 매달 수명 씩 힘들다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름 있는 대학병원이나 업무강도가 적은 전문병원과 요양병원으로 이동한다"고 전했다.
그는 "복지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의료전달체계에서 허리 역할인 지방과 서울의 중소병원은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병원의 간절한 현장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폐쇄병동, 코로나 백신 위탁의료기관 공간 활용…경영개선 ‘발버둥’
혜민병원은 폐쇄 병동을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위탁기관 공간으로 활용하며 경영 개선을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서울 지역 중소병원 현실을 인지하고 있을까.
보험급여과 이중규 과장은 "지방 병원 못지않게 서울 중소병원의 간호사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최근 야간간호료를 전국으로 확대해 조금이나마 중소병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서울 지역 종합병원과 병원 273개소 중 간호등급제 미신고 병원은 141개(52%)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중규 과장은 "서울지역 중소병원 간호등급제도 재원 환자 수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적잖은 재원 소요와 서울권 의료인력 쏠림 등을 감안해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