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학술대회서 심장삽입 의료기기 관련 수가 신설 가능성 점검 상담료 등 성격 구체화 필요…의료계 반발 완화도 과제
대한심장학회가 심장 삽입형 의료기기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 부분에 대한 수가 신설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 주목된다.
박동기, 제세동기 등 심장 삽입형 전기 장치(CIED)가 부정맥의 조기 발견 및 대응에 유용하며 해외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고 엄격한 의미에서 실시간 원격의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시범사업이 진행중인 지금이 수가 신설 논의의 적기라는 것이다.
18일 심장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를 통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심장내 삽입 기기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 수가 신설 가능성을 점검했다.
CIED는 삽입형제세동기(ICD), 재동기화치료기(CRT), 심박기(pacemaker) 등이 포함된다. 기기 삽입 후 환자 및 기기 상태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가 신설 논의에 불이 붙고 있다.
박상원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부장은 "CIED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은 전자기기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며 "기기 문제 발생 전 오작동을 미리 찾아낼 수 있고, 치명적인 부정맥을 추적 관찰하고 대응을 빨리 할 수 있어 환자 측 효용도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령층이 주로 CIED를 삽입하기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으로 환자들의 병원 방문 부담을 줄이면 환자 만족도도 올라간다"며 "2017년 해외의 주요 학회 권고문에는 원격 모니터링을 심방세동 조기 발견 등 다양한 효과를 기반으로 클래스1에 넣어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보건복지부 재택 의료팀과 2020년 10월부터 심장 질환자 재택 의료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며 "시범기관으로 지정받은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재택중인 심장 질환자를 대상으로 환자 교육, 상담 및 비대면 환자관리 등 의료서비스 제공하고 수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범사업은 의사나 간호사가 재택중인 환자의 임상정보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재택 관리에 필요한 비대면 상담을 제공한 경우 월 1회 교육상담료와 환자 관리료를 지급한다. 교육 상담료1은 3만 9380원, 교육 상담료2는 2만 4810원, 환자 관리료는 2만 6610원이 책정돼 있다.
박 부장은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원격 시스템은 국내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은데 계속 관리해 줘야 하고 업체들은 콜센터도 차려야 하고 병원도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하는데 적절한 수가 반영은 없어 그리 달갑지 않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CIED 원격 모니터링은 기기 및 환자 관리와 대응에 효용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의 시작이 늦었고 시범사업이 시작된 마당에 이는 현행 의료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는 해석까지 있는 등 제반사항 준비도 미흡하다"고 본격적인 수가 신설 논의를 촉구했다.
휴이노가 2019년 판매허가를 받은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장치 '메모워치'가 첫 건강보험이 적용된 것처럼 학회 차원의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
수가 신설의 성격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현행 시범사업에서 설정된 수가는 사실상 원격 모니터링의 수가가 아닌, 행위 및 상담료에 가깝고 개원가의 원격의료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진용 교수는 "현재 시범사업의 재택 원격 관리 수가는 상담료에 묻어가는 형국이라 디지털치료기기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며 "학회에서 원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격)기술에 대한 수가 신설로 갈 건지 행위료에 묻어갈 건지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 재택진료 수가가 하루 8만1천원으로 결정됐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원격 모니터링 환자 상담 수가는 전문성에 비해 형편없는 것 같아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장환 교수 역시 수가 신설 시 명확한 성격 설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의협이 원격 관련 수가 신설이 곧 원격 의료 활성화의 첫 걸음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만큼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는 "개원가는 원격 모니터링 수가 신설이 원격의료의 초석으로 생각하는데 이건 억측인 것 같다"며 "만약 기기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원격의료에 해당하지만 이는 측정 시간을 늘린 홀터 검사 정도로 생각하는 게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IED 기기는 환자 생체정보를 홀터 검사보다 더 긴 시간 확보해서 제공하는 것이고 의사들도 이에 대한 판독 수가가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당뇨병 환자들도 CGM 인슐린 모니터링 장치를 활용해 핸드폰, 서버로 데이터를 전송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