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김동석 회장, "의료의 공백과 퇴화" 법 폐기가 기본적 입장 민감한 부위 수술 녹화 금지·CCTV 관리비도 정부가 부담 등 주장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진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전국 개원의를 대표하는 단체의 수장은 민감한 부위 수술 녹화 금지 등을 하위 법령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25일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법 하위법령에 꼭 들어가야 하는 내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하위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의료계는 법안 폐기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막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만큼 이제 남은 2년 동안 하위법령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실제 대한의사협회는 (가칭)수술실 CCTV 하위법령 대응 TF를 만들고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대개협 역시 수술실 CCTV 설치법의 직접 영향권에 있는 만큼 법 통과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까지 열고 의협 내에 별도의 대응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터.
김동석 회장은 "환자가 의사에게 수술을 맡길 때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필수의료를 위축시켜 의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것 같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파괴하는 CCTV 의무화법으로 나타날 의료의 공백과 퇴화는 결국 여러 생명을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당장 폐기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먼저 꺼냈다.
그러면서도 하위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이기에 꼭 담겨야 할 내용들에 대한 의견을 더했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유방이나 항문외과 수술처럼 민감한 부위 수술은 녹화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라며 "CCTV로 녹화가 된 순간 불법 영상 유출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CCTV 설치비용뿐만 아니라 운영과 유지 관리비용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100%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 범위도 재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더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따르면 일선 의료기관은 촬영 영상에 대한 열람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설치비는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라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김 회장은 "소수 인력이 있는 병의원에서는 CCTV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라며 "CCTV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이런 관리에 더 시간과 노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정부나 지자체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에서는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경우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 범위가 애매하다"라며 "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 의식하 진정마취는 당연히 해당하지 않는다. 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벌칙 조항도 손질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법에는 CCTV 촬영 정보를 분실, 도난, 유출, 변조 또는 훼손당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김 회장은 "의사에게 불가항력 사고의 책임을 지우는 것과 같다"라며 "관리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의원에서 기기 고장이나 정보 도난 분실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나. 반드시 삭제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처럼 의료계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의협 내에 '상시투쟁체'를 별도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대화를 하려면 투쟁의 힘이 분명히 받쳐줘야 한다"라며 "의료계가 투쟁체를 만드는 데 피로감이 있더라도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CCTV 설치법뿐만 아니라 의사면허 박탈법, 공공의대와 의사증원 등 미해결 과제가 눈앞에 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그러면서 "규제와 압박을 이겨내는 방법 중 협상과 투쟁이 모두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투쟁체는 잘 활용이 된다면 의협 집행부 회무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의권 신장을 위해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