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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나온 한국형 항생제 지침안…어떤 내용 담겼나

발행날짜: 2021-11-04 05:45:57

대한감염학회 주도 다학제 논의 끝에 가이드라인 도출
내성 관리 위한 병원 단위 방법론 제시…사전 승인 골자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진 항생제 오남용과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침내 의학계를 중심으로 한국형 항생제 관리 지침이 도출됐다.

항생제 스튜어드십(stewardship)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이 지침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중인 제도를 기반으로 한국 상황에 맞춘 효율적 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사회 문제 떠오른 항생제 내성 문제…스튜어드십 필요성 대두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향균요법학회를 중심으로 하는 다학제 위원회는 최근 한국 항생제 관리 지침을 마련하고 4일 감염학회지 및 추계학술대회 등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한국형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지침이 마침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사용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항생제 처방과 사용이 많은 국가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항생제 처방량은 26.1(인구1000명/일)로 OECD 국가 중 3번째에 해당할 만큼 여전히 사용량이 많은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한 내성 문제도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추세에 있다. 이미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황색포도상구균에 대한 메티실린의 내성률은 67%를 넘어섰으며 녹농균의 카바페넴 내성률도 30%를 넘긴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내 의학자들을 중심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진행중인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미 2016년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중심으로 이미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내성으로 인한 의료 부담을 크게 줄인 바 있는 상황.

또한 유럽의 각 국가들도 내성으로 인한 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차례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가동해 운영중에 있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2020년 1기 사업을 마친 뒤 2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이 사실.

질병관리청과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계가 서둘러 이에 대한 한국형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빠르게 지금 상황을 대처하지 못하면 내성 문제를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다학제 학회 중심 한국형 스튜어드십 도출…세부안 담아

이에 따라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향균요법학회, 병원약사회 등 다학제 학회 연구진은 질병관리청과 협조하며 마침내 한국형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적용 지침을 마련했다.

지침의 핵심은 항생제 처방의 사전 승인과 사후관리에 맞춰져 있다.
체계적 문헌 고찰을 기반으로 올바른 항생제 사용을 위한 스튜어드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각 의료기관에서 수행 가능한 방법들을 담아낸 것.

한국형 지침은 크게 9가지의 주제를 담고 있다. 스튜어드십 적용을 위한 핵심적 방법들과 실제 임상적 예후에 대한 전망, 또한 각 병원 단위에 적용 가능한 전략 등이다.

학회는 일단 스튜어드십의 핵심 전략으로 사전 승인을 통한 사용 제한 전략과 전향적 관리를 통한 피드백, 즉 중재와 사후관리를 강조했다(근거수준 중증도, 권고강도 강함).

의료진이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사용량을 통제하는 방식과 실제 처방이 이뤄진 뒤 일정 시간이 지나 병원에 마련된 전담팀 등을 통해 항생제의 종류와 용법, 용량 등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전략이 핵심이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되는 교육을 통한 항생제 관리 방안은 반드시 이 두가지 전략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근거수준 중증도, 권고강도 강함).

이를 위해 학회는 항생제 관리를 위한 전산화된 처방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처방 시스템 내에 임상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 항생제 관리를 능동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권고다.

결국 전산화된 시스템을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할때 사전 승인을 유도하고 이후 적극적 피드백을 통해 사후 관리까지 강화하는 이중 잠금 장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학회는 이러한 스튜어드십을 운영하기 위한 인력과 재정에 대한 투입이 선제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책임자와 전문 약사를 필수적으로 임명한 뒤 이같은 전략들을 수행해 가야 한다고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책임자로는 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다학제 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감염내과와 소아청소년 감염 분과 전문의를 권고했다(근거수준 중증도, 권고강도 강함).

또한 전문 약사를 핵심 구성원으로 포함해야 하며 환자 치료의 업무 흐름과 의사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간호사도 팀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 전략이 모든 의료기관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만큼 의료기관의 규모와 기능에 따라 적절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뒀다(근거수준 중증도, 권고강도 강함).

이에 대한 방안으로 학회는 각 병원별 스튜어드십 적용 방안에 대한 세부안도 제시했다.

일단 학회는 병원의 규모와 관계없이 스튜어드십은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강조했다. 작은 규모의 병의원도 항생제 관리는 필수적인 만큼 도입을 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

또한 장기요양병원에서 항생제 사용이 매우 흔한 만큼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근거수준 중증도, 권고강도 강함).

학회는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 없이 항생제 내성 시대를 맞이할 수는 없다"며 "실제적 중재를 통한 항생제 내성 감소를 끌어내기 위해 임상 현장에서 이러한 지침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지침에 대한 의료기관의 순응도 평가를 통해 활용도를 가늠한 뒤 이에 대한 저해 요인을 분석해 향후 지침 개정 등에 응용하며 국내 실적에 적합한 지침이 되도록 주기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