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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 동업간 신뢰관계가 깨졌을 때 제명할 수 있을까

오승준 BHSN 대표변호사
발행날짜: 2021-11-28 05:45:50

오승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BHSN)

오승준 변호사
최근 자문을 맡았던 사례 중에 “대표원장이 동업계약을 위반하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진행된 케이스” 가 있었다.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도 일견 생소할 수 있을텐데, 명확한 법률 조항에 근거를 둔 것은 아니고 동업계약서와 민법상 조합의 법리에 근거하여 청구된 가처분이었다.

가처분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피보전권리” 라고 하는 구체적인 청구권이 필요한데 과연 어떤 경우에 대표원장을 해임할 수 있고, 동업자를 제명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서 “이런 가처분이 쉽게 인용 될까?” 라는 의아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상법에는 주식회사와 관련하여,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가처분으로써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또는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407조 직무집행정지, 직무대행자선임).

따라서 주식회사에서는 대표이사 등에게 중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주주들이 소송으로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등을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병원은 주식회사도 아니거니와, 동업관계에 적용되는 조합의 법리에서도 타 조합원을 제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즉, 아무리 동업자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하더라도 횡령·배임 등의 범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명을 시키고 직무집행을 정지시키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대법원 2017다200702 손해배상(기) (가) 파기환송

그런데 이런 궁금증은 최근 대법원 2017기200702 판결이 선고되면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대법원은, 민법상 조합에서 조합원의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다른 조합원의 일치로써 결정한다면서(제718조 제1항), “여기에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이 동업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합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 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라고 판시하였다.

이 사안에서 의사A가 5/7, 의사 B, C가 1/7씩 지분을 보유하며 병원을 개원하였고, A가 병원장으로 경영권을 가지는 것으로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약정기간 5년이 지난 다음에도 계속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다가 재계약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하였는데, 유독 의사B 만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B는 성과급 관련안에 동의 후 번복하고 A, C가 제시한 수정안도 거부하였으며, 탈퇴조항에 대해서는 소수 지분 조합원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하였다. 의사 A, B, C는 4개월 정도 협의하였으나 재계약을 하지 못하였고, 그 과정에서 양측으로 나누어져 심각한 불화가 발생하였다.

이에 의사 A, C는 긴급회의를 열어서 전원 일치로 원고에 대한 제명을 결의하였는데, 제명사유로 ‘① 동업 약정기간의 만료, ② 재계약 거부로 인한 조합원 자격 상실, ③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병원 경영에 반하는 행위로 지속적인 동업 불가, ④ 동업자간 불신감 초래’를 들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서울고등법원)은 제명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제명 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B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B로서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받아들 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면서 재계약 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한 B와의 신뢰관계가 파탄되었다는 취지로 나머지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결국,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는 동업계약 위반이나 법률 위반 외에도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된 경우’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인 것이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기존보다 다양한 경우에 ‘동업자의 제명’을 고려해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본다.

하지만 위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너무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도 곤란하다. 단순히 원장들 사이에 다툼이 있다거나 수익금 배분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동업자 한명을 제명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사람의 행동에 귀책사유가 있다는 점,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을 정도의 정황과 자료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