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법 개정안 현장 부담 가중…폐지 촉구 "법 개정 이전에 의료현장 전문가 의견 반영 아쉽다" 지적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한 논의를 진행할 협의체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일선 응급의료기관의 부담을 가중한다며 해당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3일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응급의료 현안과 미래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과밀화는 응급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에 병상이 있어도 수술 등 위한 배후 치료가 미흡하면 환자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모든 과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복지부와 26개 전문과 모두와 논의해야 한다"며 "하지만 관련해 아무런 진전이 없으며 이런 역할을 수행해야할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장이 공석인 등 의견을 타진할 기회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응급의료기관에만 소명 책임을 부과해 현장 부담을 과중시킨다"며 "이는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응급의료현장을 지켜온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응급실 과밀화 현상이 지속되는 것을 "응급의료체계 최대 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부가 응급의료자원에 대한 확대와 지원 요청의 목소리를 간과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감염자 폭증과 위중증 환자 증가로 이미 응급의료체계는 한계를 넘어 붕괴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환자실과 입원실이 부족해 상급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는 이송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결과는 정부가 오래 전부터 응급의료자원 확대와 지원을 요청해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간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확진 여부가 불분명한 환자와 밀접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응급실 특성 때문에 의료진 중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증가하는 문제도 짚었다.
이와 관련해 기동훈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의료진 감염이 확산되면서 이미 극강의 강도로 일하는 응급실에 결원이 생기고 있다"며 "한 병원이 응급실이 그 기능을 상실하면 그 여파가 해당 지역은 물론 주변까지 미쳐 응급의료 체계가 자체가 마비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치는 것을 규탄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못 보는 것이다"며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은 유동적이고 다양해서 응급의학 전문의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수용곤란 고지 기준과 절차 등을 규정하고 관련 통보의 타당성 여부를 감시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환자를 받으라는 압박"이라며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마련한다고 해도 논란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응급의료법 개정안 폐지를 촉구하는 한편 응급의료협의체를 구성해 현장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응급실 외에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응급클리닉 같은 대안을 마련해 경증응급환자로부터 대학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