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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빠진 의료진들…'코로나 블루' 위기 경보 봇물

발행날짜: 2021-12-07 05:45:57

의료진 대상 우울증 분석 연구 줄이어…대부분 심각 수준
코로나 장기화 따른 감정 고통 심각…"정신과적 개입 시급"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진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어 나오고 있다.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계속해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과적 접근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전담 국공립병원 의료진 정신적 스트레스 심각 수준

6일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의료진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연이어 게재됐다.

국공립병원 의료진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 분석
일단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정석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공립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doi.org/10.3346/jkms.2021.36.e324).

의료진 99명을 대상으로 12개 항목으로 구성된 정신 건강 척도(GHQ-12)와 9개 항목의 우울증 진단 척도(PHQ-9)를 통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분석한 것.

여기에 더해 연구진은 코로나 상황에 노출된 근무 경험과 성별, 나이, 근무 시간 등이 정신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주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17개 항목으로 구성된 보충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그 결과 99명의 의료진 중 무려 45명(45.5%)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여성일수록, 미혼일수록 그 스트레스가 더욱 심각했고 경력이 짧을 수록, 자녀가 없을 수록 스트레스가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할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의료진도 많았다. 우울증 진단 척도인 PHQ-9 검사에서 33.3%가 10점 이상으로 보고된 것이다. PHQ-9 척도에서 10점 이상이 나올 경우 중등도의 우울증을 나타낸다.

특히 무려 26.7%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척도인 IES-R에서 18점 이상을 기록했다. IES-R 18점 이상은 사실상 PTSD의 초기 수준으로 진단한다.

의료진 10명 중 3명은 중등도의 우울증 혹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한 이유는 역시 공포와 업무 증가였다. PHQ-9과 IES-R에서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여준 의료진은 첫째로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응답을 내놨고 두번째로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이 크다고 느낀다고 답변했다.

또한 선택 사항이라면 다른 부서에서 일하고 싶다는 응답도 많았고 코로나로 업무량이 너무 많이 늘었다고 답변한 의료진도 많았다(F=5.672).

연구진은 "코로나 대유행에서 국공립병원의 의료진은 감염 관리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다수 의료진이 불가피하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우울증이나 PTSD에 노출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 대응 현장에 나서는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심리적 개입이 시급하다"며 "개인 보호장비와 안전 등과 더불어 의료진 지원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대병원 의료진도 스트레스 심각 수준…"심리적 개입 시급"

이날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사립대병원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 분석 결과도 함께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1.36.e325).

격리 등의 조치가 의료진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그래픽 요약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가 주도한 연구가 바로 그것으로 실시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코호트 폐쇄나 격리 조치 등이 의료진의 정신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우울증 진단 척도인 PHQ-9와 불안장애 진단 척도인 GAD-7, 번아웃 진단 척도인 MBI-GS, 업무 스트레스 척도인 SAVE-9 등을 통해 의료진이 직면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분석한 것.

그 결과 코로나 환자 접촉으로 인해 격리를 경험한 의료진은 그렇지 않은 의료진보다 SAVE-9 점수가 분명하게 높았다. 일반 의료진은 28.8점에 불과했지만 격리됐던 의료진은 30점을 넘겼기 때문이다.

MBI-GS 점수 또한 격리 등을 경험한 의료진은 38.67점으로 그렇지 않은 의료진(35.35)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격리 등을 경험한 의료진이 다른 의료진보다 번아웃에 빠져있으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SAVE-9 점수가 31.54점으로 일반 병동 근무자(28.63)에 비해 높았고 GAD-7도 3.69로 일반 의료진(2.87)에 비해 월등히 올라갔다.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번아웃은 곧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이어지고 있었다. 다른 요인들을 모두 제외하고 로지스틱 회귀 모델을 통해 다양한 정신과적 척도를 분석하자 월등하게 스트레스가 높았던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은 직업에 대한 회의가 일반 의료진에 비해 1.69배나 높았고 사회적인 차별에 대한 우려도 1.41배나 높은 수준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비율도 일반 의료진에 비해 1.73배나 높았다.

반면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코로나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과 그렇지 않은 의료진간에 차이가 없었다. 결국 코로나에 걸릴까봐 두렵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기 보다는 사회적 시선과 업무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일으키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코로나 병동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으며 이는 곧 직업에 대한 회의로 이어지고 있었다"며 "결국 이러한 직업적 스트레스가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코로나 환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의료진들이 심각한 정신적 증상을 나타낼 위험이 높다는 의미"라며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춘 조기 검진과 정신과적 개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