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최 코로나 병상 배정 토론회서 민관 협의체 제안 서지영 중환자의학과 차기 회장 "정부 나서달라" 촉구
중환자실 병상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퇴실 기준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은 민관협동 협의체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8일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환자 병실 우선배정 기준안 마련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내놨다.
특히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차기회장은 팬데믹 상황에서 생기는 중환자실의 고충을 토로하는 한편,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마련에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서 차기회장은 "우리나라는 중환자실은 구조적으로 감염병 환자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인력도 경제 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며 "더욱이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원칙적으로 분리하는 그런 방식을 써왔기 때문에 동원될 수 있는 자원이 유연하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환자실 병상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코로나19 환자에 한해 효율적으로 병상을 운영할지, 아니면 격리 원칙을 아예 없앨지 고려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든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 격리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환자실 입퇴실 결정에 있어 의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료윤리학회 임채만 회장 역시 민간합동 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엔 각계의 윤리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임 회장은 "이런 정책이 사회 공동선을 달성하기 위해선 그 내용과 방법이 구성원들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며 "코로나19의 유동적인 특징을 고려해 민관 합동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전국의 중환자실과 현장과 소통하고 지침을 자주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그는 관련 지침에 대한 정부 당국의 승인 및 법률적인 검토와 적극적인 홍보를 요청했다. 국민들이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을 사회적인 규범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재원 감사는 현행법 상 중환자실 입·퇴실기준을 준수한 의료진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되는 것은 어렵다고 우려했다.
최 감사는 "소송을 제기하는 측에서 고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 소송 준비가 진행되기 때문에 의료진과 기관의 소송 법률 분쟁에서 자체적으로 면제되는 것은 어렵다"며 "지금 우리나라에서 법률을 개정하려고 해도 상당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만 법원은 어떤 법률의 대응 지침이나 기준이 정해져 있다면 그 기준을 준수한 경우 책임이 있다고 해도 손해배상액을 배제하는 식으로 면책하고 있다"고 "정부는 앞으로 논의될 지침을 좀 더 명확히 해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기자는 중환자실 입퇴실기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연말이 지나면 코로나19 확진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신 기자는 "중환자실 입퇴실기준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는데 조금 더 진도가 나갔으면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현재 수도권 의료 대응 능력은 한계에 달한 상황이며 연말이 지나면서 확진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중환자실 입퇴실기준과 관련해 기구를 설립하고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도 관련 논의에 대한 행동을 취해야 하며 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병원도 있는 만큼 이를 입퇴실기준 감시에 활용해도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