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 상장 제도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의료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술을 앞세운 의료기기 기업들의 IPO(기업공개)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
내년에만 10여개사가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전 영역도 AI에서 3D 수술 솔루션, 로봇까지 확장되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과연 어떠한 기업들이 최종 문턱을 넘어 거래소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루닛, 원텍 등 상장 기정사실화…유니콘 탄생 주목
19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많게는 10여개의 의료기기 기업들이 내년을 목표로 IPO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사실상 상장 가시권에 들어간 기업들을 보면 일단 루닛과 원텍이 가장 먼저 손에 꼽힌다. 이미 기술성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데다 원텍의 경우 스팩(SPAC) 합병이 기정사실화된 이유다.
의료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인 루닛은 이미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2개 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았다.
기술성 평가란 말 그대로 기술특례상장을 할만한 자격이 있는지를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전문 평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과정이다. 적어도 두군데 기관에서 A등급, BBB 등급 이상을 받아야 상장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현재 지금까지 두군데 모두에서 AA 등급을 받은 의료기기 관련 기업은 루닛이 유일하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루닛은 이미 국내외 투자사로부터 1600억원의 투자금을 모아놓은 상황. Pre-IPO에서만 720억원을 유치했다.
현재 루닛은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놓은 상황이다. 총 상장 예정 주식수는 1241만 6984주로 이 중 공모 예정 주식수는 149만주다.
상장의 가능성 및 흥행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장외시장에서도 루닛은 이미 초 대어로 꼽히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미 장외 주가가 고공행진하며 상장 전부터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루닛은 국내 의료 AI 기업으로는 첫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기록되게 된다. 내년도 IPO를 이끌 대장주로 꼽히는 이유다.
초음파 장비를 생산하는 원텍도 사실상 내년도 상장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원택은 IPO 대신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안착할 것으로 보인다.
스팩(SPAC)은 말 그대로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로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비상장 기업을 인수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일종의 우회상장과 유사한 구조로 IPO보다 절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르게 상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방식. 이미 원텍은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대신밸런스 제8호 스팩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합병 비율은 1대 12.86으로 이 비율이 최종 확정될 경우 원텍은 내년 상반기 합병 신주 8142만주가 코스닥에 상장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먼저 축포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
에니메디솔루션, 휴이노, 파인메딕스 등도 IPO 도전
3D 프린팅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맞춤형 수술 솔루션 기업인 에니메디솔루션도 내년도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총 1103만주에 대한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해 놓은 상태. 이미 지난 9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두군데 모두 A등급을 받으며 기술력을 입증받은 상태다.
에니메디솔루션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에서 우수한 등급을 획득했고 이미 보유한 수술 시뮬레이터만 200개가 넘는 등 충분한 사업 확장성을 가진 만큼 내년 상반기 상장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유전진단 기업인 쓰리빌리언도 내년도 상반기를 목표로 IPO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쓰리빌리언 또한 기술성 평가에서 이미 합격점을 받고 기술특례상장을 준비중인 상황.
이미 시리스 C까지 진행하며 2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45개국 150개 병원에 유전자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웨어러블 기업인 휴이노도 내년도 상장이 기대되는 대어중의 하나다. 이미 Pre-IPO에서 3천억원에 달하는 밸류를 인정받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
이를 기반으로 이미 휴이노는 800억원 수준의 자본금을 확보하고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이미 IPO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이렇듯 IPO를 준비하는 기업은 비단 혁신 의료기기 기업들 뿐만이 아니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증가하면서 제조 기업들의 도전도 이어지고 있다.
내시경 시술 기구를 제조하는 파인메딕스가 대표적인 경우다.
파인메딕스는 이미 지난 9월 기술성 평가에서 AA, BBB를 받으며 상장 조건을 갖춘 뒤 최근 코스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파인메딕스가 차별화되는 부분은 이미 상당 부분 실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 혁신 의료기기 대부분이 기술성과 미래 상업성을 무기로 IPO에 나서는 것과 차이가 있다.
실제로 파인메딕스는 현재 인젝터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내시경용 절개도도 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79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의료 AI 기업인 코어라인소프트와 의료 로봇 기업인 에이치로보틱스 등도 내년을 목표로 IPO에 나섰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의료기기 기업들의 도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A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내년에도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들 20여곳이 IPO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당수가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올해도 같은 섹터에서 꽤 많은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했지만 상당수가 고배를 마시는 등 허들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관건"이라며 "기술특례상장으로 시장에 입성한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