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으로 불리며 유례없는 고공성장을 지속하다 백신 보급 등으로 잠시 주춤했던 의료기기 기업들이 오미크론 변이의 대대적인 확산으로 다시 날개를 다는 모습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을 중심으로 수출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U'자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 이를 기반으로 무역수지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21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오미크론 등 코로나 변이의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체외진단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수출액이 다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미 각종 지표를 통해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 집계 기관은 달라도 뚜렷하게 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것.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내놓은 보건산업 수출입 현황을 보면 올해 우리나라의 의료산업 분야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5.6% 증가한 2조 6682억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이끈 것은 역시 의료기기 분야이다. 의료기기 수출액만 7조 68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에 달하는 큰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역시 K-방역으로 불리며 역대 최고 기록을 연신 갈아치우고 있는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들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체외진단 의료기기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무려 2조 2224억원이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치료용 항체 등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대비 5874억원이 늘었다. 이른바 코로나 수혜 물품들이 이러한 수출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이 분석한 의료기기 수출액을 봐도 이같은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의료기기 코드만 잡아보면 수출액이 이미 2조 5천억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실적도 같은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다가 백신 개발로 잠시 성장세가 꺾이는 듯 했지만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재성상을 이어가는 전형적 U자 곡선이 나타나고 있는 것.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 중 대장주로 꼽히는 씨젠을 보면 2019년 224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2020년 6792억원으로 3000%나 성장하며 엄청난 기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코로나 백신이 전 세계에 보급되며 매출이 급감한 것도 사실. 지난해 4분기 매출(3019억원)의 3분의 2(2243억원) 수준으로 매출액이 떨어지며 명확하게 하향세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여름부터 델타 변이를 비롯해 최근 오미크론 변이까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터져나오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씨젠의 매출은 3분기부터 다시 3000억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4분기 매출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3분기 누적 매출만으로도 9608억원을 기록해 1조 클럽을 이미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에 비해 두자리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비단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에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이른바 K-기기로 불리는 피부 미용, 덴탈 의료기기 기업들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를 딛고 역대 최고 매출액을 올렸던 오스템임플란트는 올해 3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5.9% 증가한 213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4분기 또한 중국 수출 호조 등을 배경으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
코로나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매 년, 매 분기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의료기기 수출액의 지속적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 나관준 연구원은 "덴탈, 피부 미용 의료기기 산업을 기반으로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월간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해서 경신하고 있다"며 "12월 역시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며 연 단위 분석에서도 이러한 성장세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특히 미국과 유럽, 중국을 넘어 러시아, 터키 등 신흥국 수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고성장 국면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