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제약·바이오
  • 국내사

"신경인성 방광 10년새 두배…배뇨 문제 방치하다 콩팥 손상"

발행날짜: 2021-12-22 12:00:56

인터뷰 건국대병원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 김아람 교수
치매 등 고령층 배뇨 건강 주목해야…올해부터 시술 보험 확대

신경인성 방광은 아직 생소한 병명이다. 2020년 5월 건국대학교병원에 개설된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이 전국 대학병원의 최초 사례로 꼽힐 정도.

신경인성 방광은 신경계 이상이나 조절 기능의 부조화로 방광의 기능에 이상이 오는 것을 일컫는다. 척수 손상, 파킨슨병, 뇌졸중, 치매, 다발성 경화증, 당뇨병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환자만 해도 수 십만명 대로 추산된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11년 30만명으로 추산되던 신경인성 방광 환자는 2019년 56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추세를 고려하면 2021년 기준 대상자는 60만명 안팎으로 전망된다.

정작 문제는 생소한 병명 답게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인식조차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점. 신경인성 방광을 방치할 경우 신장 기능 상실 및 요로 감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환자와 가족 모두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치료가 시급하다.

게다가 올해부터 고가의 인공요도 괄약근 시술에 보험이 적용됐다는 희소식도 나왔다. 시술 문턱이 낮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심 환자의 경우 주저없이 클리닉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국내 신경인성 방광 치료의 현주소는 어떻게 될까. 재활의학과, 신경과와 연계해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로 합병증을 조기에 진단, 예방하는데 주력하는 건국대병원 신경인성 방광 클리닉 김아람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신경인성 방광' 질환명이 어렵고 생소하다. 어떤 질환이며 환자군은?

방광은 소변저장과 소변배출,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방광의 기능들은 일련의 말초 신경계가 작용해 조절되지만, 방광의 신경계 이상으로 소변의 저장이나 배출에 이상이 오는 것을 '신경인성 방광'이라고 한다. 신경인성 방광은 하부요로를 조절하는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질환 혹은 사건(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척수 손상, 다발성 경화증, 디스크, 척추협착증 등)에 의해 야기될 수 있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은 불완전한 방광 비우기가 지속돼 요로 감염, 상부 요로계 이상, 신장 기능 저하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신경인성방광은 만성 질환이므로 환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요실금, 배뇨장애로 삶의 질이 크게 훼손되기도 하고 신장 손상과 요로감염 등의 문제로 치명적인 상황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임상진료에서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에게 장기적인 치료계획 등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주요 증상과 진단 방법, 그리고 치료법은?

신경인성방광환자의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청취, 신체검사와 신 기능검사, 요검사와 같은 기본적인 검사 이외에도 배뇨일지, 방사 선검사, 내시경검사, 요역동학검사 등 다양한 종류의 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방광의 기능 검사를 뜻하는 요역동학 검사를 진행해 신경인성 방광을 진단할 수 있다. 증상만으로는 진단하긴 어렵다.

신경인성 방광으로 진단됐다면 비수술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내과적 치료로는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며, 수술적 치료에는 신경차단술, 괄약근 절개술, 방광확대술,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 등이 있다.

▲각 증상별로 적용하는 치료법이 다른지? 치료 방법에 따른 장단점은?

약물 치료는 평생 해야 한다. 약을 먹게 되면 입이 마른다든가 변비가 더 심해지거나 한다. 약물 복용이 힘든 경우 주사 치료도 가능하다. 약을 먹었는데도 요실금으로 내의가 계속 젖는 분들이나 이완성 마비 환자들은 약물 이외의 방법, 즉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 급박뇨가 심할 때 주로 보톡스 시술을, 복압성 방광일 때는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을 고려한다.

1회용 카테터를 사용해 자가도뇨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카테터를 늘 소지해야 하고 매번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카테터를 재사용할 경우 요로 감염의 우려가 있다. 방광에 보톡스를 맞는 치료도 있는데 효과는 약 8개월 유지로 그리 길진 않다.

시술적인 요법으로는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이 있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의 AMS800은 전세계 유일한 인공요도 괄약근 품목이다. 인공 괄약근이 약해진 요도 괄약근을 대신해 요도를 조여 소변이 흐르지 않도록 도와주는데 이를 조작하는 스위치가 고환 쪽에 위치한다. 필요할 때 고환에 위치한 스위치를 눌러 소변을 배출시킬 수 있다. 시술이 간단한 편이고 외부에서 알 수가 없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 교체 주기도 최대 10년까지 길다.

▲치료 비용도 주요 고려 사항인데 각 시술/치료별 보험 적용 여부는?

1회용 카테터를 통한 자가도뇨는 보험이 적용된다. 일일 카테타 비용은 9000원이지만 본인부담금인 10%만 내면 된다. 보톡스도 보험이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올해부터 인공요도 괄약근 삽입술에도 보험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인공요도 괄약근 기기는 평생 쓰는 개념은 아니다. 길게는 10년을 쓰고 교체해야 하는데 이때도 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다. 과거엔 첫 수술에만 80%의 보험적용이 된 후, 두번째(재수술)부터는 20%만 보험적용이 됐지만 이런 제한이 사라졌다.

인공요도 괄약은은 기기 값만 700~800만원에 달하는 고가여서 시술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됐지만 급여 적용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신경인성 방광으로 진단받은 경우 입원, 수술 비용을 다합쳐서 200만원 안팎에 그친다. 보험에서 80%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신경인성 방광을 적극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신경인성 방광에 대해 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최대한 빨리, 적극적으로 치료하라고 제시한다. 해외도 같은 추세다.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의학적, 그리고 삶의 질 측면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신경인성 방광은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아야만 콩팥 기능이 보전되기 때문이다. 소변이 꽉 차서 콩팥으로 역류하면 콩팥이 망가지게 된다. 손상된 이후는 기능을 뒤돌릴 수 없다. 간은 손상되면 재생되는데 콩팥은 손상 이후 재생이 안 된다. 요로 감염 예방에서도 중요한 효과를 가진다.

두번째로 신경인성 방광 치료를 통해 경제 활동, 일상생활으로의 복귀가 가능해 진다는 점이다. 척수 손상 환자들 대부분이 젊다. 젊은 시기 일이나 활동을 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이 소변 문제로 대인기피에 이어 경제활동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시술을 하면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삶,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신경인성 방광이 급증하는데도 인식률이 여전히 떨어지는 편이다. 원인은?

사실 신경인성 방광은 의료인한테도 낯선 질환이다. 비뇨의학 안에서도 세부 전공으로 분류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불명확하다는 데 있다. 인지 기능에 문제가 생긴 노인들은 진단이 더 어렵다. 다들 누워있고 기저귀를 차고 있으니까 보호자들은 소변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소변 이후 방광이 다 비워졌는지 여부다. 소변이 꽉 차 있고 조금만 비워져 있는 것인데도 기저귀 상태만 체크하니까 실제 방광 상태를 알지 못해 그냥 방치하게 된다. 게다가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이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는 것도 어렵다.

척수 손상, 파킨슨,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학적인 문제가 생긴 환자군은 굉장히 다양하다. 척수 손상 환자만 국내 약 100만명 정도가 있다. 척수 손상 후 본인이 직접 배뇨 과정에서 이상을 느끼거나, 파킨슨, 알츠하이머 환자 보호자인데 의심이든다면 지체말고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방치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신장 기능 손상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낯설고도 어려운 질환인 건 맞지만 변화도 생기고 있다. 배뇨장애요실금학회 내 신경인성 방광 특별위원회가 있을 정도로 홍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수 년 전만해도 신경인성 방광 질환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유튜브, 환자 커뮤니티의 발달로 조금씩 인식률이 올라가고 있다. 작년 신경인성 클리닉을 오픈했는데 시술자의 경험담, 보험 적용 정보 등이 공유돼서 요즘 환자들은 미리 어떤 시술이 있는지 알고 오는 사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