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판로·영업 인력 등 한계 극복 수단으로 각광 매년 입찰 등 대폭 증가세…조달청도 별도 지원 나서
4차 산업 혁명을 타고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조달청이 운영하는 공공기관 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가 이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신생 기업으로서 판로가 부족하고 영업력이 떨어지는 부분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광받으며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 조달청 또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2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물품 입찰을 위한 나라장터가 신생 의료기기 기업들의 판로로 각광받으며 크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창업한 A기업 대표는 "사실 우리 같은 스타트업 수준의 기업으로서는 판로 개척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기업 이미지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에 영업 자체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새롭게 영입한 의료기기 영업라인 출신 임원이 나라장터를 적극 추천했고 지금은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대단한 매출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품이 나간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A기업과 같이 나라장터에는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입찰에 참여하기 위한 신생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며 그 규모가 점점 더 커져가는 추세다.
과거 조달 물품이라는 특성상 일부 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신생 회사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알리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면서 점점 더 해당 분야가 활발해 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의료기기 입찰 공고만 해도 8만 7979건에 달한다. 진행중인 계약건만 해도 6132건에 달하는 상황.
12월만 해도 근로복지공단 창원병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경기도 등이 나라장터를 통해 발열체크 기기와 재활의료기기 10여종을 구입한 상태다.
그렇다면 신생 기업들이 이처럼 나라장터 입찰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일단 판로 개척에 별다른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충분한 기술력은 가지고 있지만 의료기기라는 특수성으로 의료기관 등에 영업이 쉽지 않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나라장터 입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판로를 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A기업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정말 아는 사람에 아는 사람을 연결해 가며 겨우 제품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정말 알음알음으로 영업을 진행해 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전국에 각 의료기관에 언제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하지만 나라장터에는 일단 검색을 통해 필터링을 하는 것만으로 어느 병원에서 어떤 물품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말 그대로 쉽게 뚫을 수 없는 의료기관에의 접근성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 공공기관 즉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이나 지방의료원 등은 조달 입찰이 의무화되어 있는 만큼 이들 병원을 공략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수요가 커져가자 나라장터를 운영하는 조달청 등도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판로 개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최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등록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국산 의료기기 공공구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
현재는 심장충격기나 혈압계, 뇌파계 등 응급의료 장비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 등록 카테고리를 확장해 초음파나 CT,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까지 추가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조달청의 방안이다.
또한 혁신 의료기기 등으로 지정된 제품에 대해서는 과거 납품실적 등이 없더라도 국립대병원 등에 우선적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조달청 관계자는 "의료기기 산업은 미래의 성장 동력이라는 점에서 기술력 있는 의료기기 스타트업 등이 공공시장을 통해 판로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