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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종 외래환자 축소 당근책 내놨지만…의료계 '반신반의'

이창진
발행날짜: 2022-01-05 05:45:57 업데이트: 2022-02-10 14:32:56

경증 복합질환·중증도 선별 어려움…병원장들 "빅5 병원만의 리그"
복지부, 1월 사업 설명회·8월 시행…병의원 "외래 축소 제도화해야"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상급종합병원 경증 외래환자 축소 인센티브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의료계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대형병원 외래 축소라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의료현장에서 작동할지, 중소 병의원 환자 증가에 기여할지 등 실효성에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상급병원 대상으로 경증 등 외래 축소 인센티브 지급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수도권 주요 상급종합병원 모습.

복지부는 1월 중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보고했다. 시범사업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상급종합병원 외래 축소이다.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전국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 중 외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5%를 상회하고 있다.

중증질환 수술과 임상 연구 강화를 위해 도입한 상급종합병원 제도가 경증을 포함한 외래환자 쏠림을 부추기는 정책으로 변질된 셈이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환자쏠림 해소 대안이다.

외래 진료 감축 분을 평가해 손실 비용을 적정보상 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회송한 경증 환자를 진료하는 협력의료기관(병의원)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시범사업 모형은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미국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제도를 혼합한 형식이다.

중소 병의원은 상급병원 외래 축소를 위해 강력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상급병원 외래 수납창구 모습.

미국은 2010년 ‘환자보호와 책임진료에 관한 법’(PPACA) 제정을 통해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예방부터 치료까지 의료서비스를 공동 책임 그리고 진료기록 공유를 통한 중복검사 및 처방 억제 등의 ACO 제도를 도입했다.

ACO 제도는 환자별 3개년도 의료비 사용액을 기본으로 산정해 총액 내에서 의료기관 네트워크에 배분하고 재정 절감분을 성과급으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지부가 시범사업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범사업 1차년도 외래 내원일수 감축 5%, 2차년도 10%, 3차년도 15% 등의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인센티브 금액은 상급종합병원별 평균 외래 내원일당 진료비×감소된 외래 내원일수로 연간 보상금액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A 상급종합병원이 시범사업에 참여해 경증 등 외래진료를 15% 감축해 연간 요양급여비용 520억원과 비급여 진료비 6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면 손실분 총 584억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다.

상급종합병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기는 방안이나 반응은 차갑다.

경기지역 A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경증 외래환자는 코로나 사태로 대폭 줄어들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해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중증도 선별을 통해 환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면서 "겉으로 보면 괜찮은 당근책이나 외래 축소 평가기준을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영남 지역 B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복합 질환을 지닌 경증환자가 의외로 많다. 상급종합병원 외래에서 해결한 환자들이 여러 진료과 의원을 내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시범사업 취지는 이해하나 경증 외래 축소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국민적 인식 전환을 위한 정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평가 지표 예시.

중소 의료기관은 시범사업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종합병원 병원장은 "외래 축소에 따른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괜찮은 시그널로 보여 진다"면서 "경증 외래환자를 줄이면 어떤 방식이든 지역 병의원에 분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시범사업의 현장 작동을 위한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의사협회 임원은 "대형병원 환자쏠림을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정부 의지가 담겨 있으나 시범사업으로 외래 축소는 한계가 있다. 보상방안과 함께 제도화를 통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1월 중 시범사업 설명회에 이어 3~4월 기관 선정 및 5~6월 비용자료 제출과 현장조사를 거쳐 오는 10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C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시범사업이 자칫 빅5 병원만의 리그로 끝났을 수 있다. 중증환자 조차 넘치는 일부 병원 입장에서 연간 외래환자 5% 축소는 손쉬울 수 있지만 경증과 중증환자가 혼합된 대다수 병원은 시범사업 참여를 주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