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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커스] 킴리아보다 탈모약? 건보 공약 논란

발행날짜: 2022-01-17 05:45:55

박상준 본부장: 메디칼타임즈가 한주간의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발표한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이른바 '소확행 공약'으로 내세운 것인데요. 급기야 정치권을 넘어 의료계와 제약업계에도 그 영향이 미치는 모습입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의약학술팀 문성호 기자와 나눠보겠습니다.

박상준: 문성호 기자, 이재명 후보의 '탈모치료 공약'이 논란인데요. 우선 공약의 내용부터 살펴볼까요?

문성호: 네. 이재명 후보는 구체적인 공약이 설계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많게는 1천만명에 달하는 탈모인의 치료비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관련 치료제를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스트레스성과 지루성 피부염 등 '병적 탈모'에 적용 중인 탈모 치료제 급여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병‧의원에서 비급여인 치료제 비용을 급여화해 환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입니다.

박상준: 부담하는 게 훨씬 적어진다. 그런 내용이네요. 건강보험이 적용이 되면 탈모치료를 받겠다 이렇게 나설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이것도 궁금한데 현재 탈모치료제 국내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요.

문성호: 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장 기준 탈모 질환 총 진료비가 약 388억원입니다. 다만, 이는 건강보험으로 적용된 병적 탈모 치료비용에 투입된 금액입니다. 통계로 확인이 불가능한 비급여 치료비까지 합한다면 진료비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치료제 매출이 참고사항이 될 수 있는데요. 전립선비대증치료 성분인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오리지널 치료제인 MSD 프로페시아와 GSK 아보다트의 최근 매출을 살펴보면 시장은 한해에 약 8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치료제 시장 규모는 12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박상준: 공약이 발표되자 정치권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돈가요. 기본적으로 필수의료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문성호: 물론 이재명 후보의 당선 여부에 우선 달려 있는데요. 순수 공약 만으로만 생각한다면 일단 이재명 후보 측은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해도 한 해 700~80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1200억원 규모로 평가 받는데 급여화로 전환하면 경제성 평가 등 그 과정에서 약값이 저렴해져 축소될 것이란 예측입니다.

하지만 이 예측에는 모순점이 존재합니다. 현재 탈모 치료제 한 달 약값이 4만 5000원 수준인데요. 이중 7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준다면 약값이 저렴해져 환자의 문턱도 낮아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치료비 문제로 탈모 치료제 복용을 고민했던 환자까지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투입 금액을 장담하기란 어렵다고 보여 집니다.

박상준: 건강보험 형평성 상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최근 고가 항암제도 건강보험 적용을 놓고도 쉽지 않은 상황인데 말이죠.

문성호: 네. 그렇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노바티스 킴리아, MSD 키트루다 등 항암제를 중심으로 고가 치료제 도입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는데요.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형평성을 이유로 환자들의 급여 요구 속에서도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면서 엄정하게 대처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탈모 치료제를 급여화한다면 건강보험 적용 우선순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상준: 실제로 환자 단체 중심으로 탈모 치료제보다 다른 고가 치료제를 우선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 않나요?

문성호: 네 환자단체인 백혈병 환우회는 탈모 치료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중증이나 희귀질환 치료 신약 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치료제가 백혈병 CAR-T 치료제 킴리아인데요. 백혈병 환우회는 이 후보 측에도 중증희귀 질환 치료제 관련 공약을 하루 빨리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데 아직 이와 관련된 공약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탈모 치료제 급여화 적용 자체도 문제인데요. 과연 1천만명에 달한다는 탈모인들 전부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인데요. 정부가 급여기준 까다롭게 설정한다면 오히려 의사 처방 범위를 놓고 삭감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박상준: 삭감이라고 말한다면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향후 심사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는 의견인가요?

문성호: 네. 이재명 후보 측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싸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의료계는 그러면 약을 먹겠다는 사람이 당연히 많아지면서 정부가 청구에 따른 심사를 깐깐하게 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삭감이 늘어나면서 의사들인 탈모 치료제 청구를 꺼릴 것이란 시나리오입니다.

박상준: 학회 등 의료계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인가요. 직접 탈모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의견도 환자 의견 못지않게 중요한 체크사항일 것 같은데요.

문성호: 네. 의료계에서도 앞서 말한 듯이 급여화 시 기준 설정의 대한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탈모치료제는 사실상 의료진 판단으로 자유롭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를 급여기준으로 규제권에 끌어들이게 되면 의료진의 진료 영역에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탈모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마다 급하다는 시각도 모두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선순위에 대한 의견을 통일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재정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공감대 설정도 어렵다는 의견이죠.

박상준: 의료계뿐 아니라 탈모 치료제 판매 혹은 개발 중인 제약사들도 이재명 후보 공약에 관심을 보일 것 같은데요.

문성호: 네. 일부 제약사는 탈모치료제 대선 이슈를 활용해 벌써부터 투자 확대에 나선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한올바이오파마인데요.

한올바이오파마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탈모 환자를 위해 기존 생산량 대비 3배 이상으로 물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탈모치료제를 판매하는 JW신약과 위더스제약, 현대약품 등은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뜻 밖에 이득을 본 기업으로 꼽힙니다.

박상준: 네 잘 들었습니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두고서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그 수요가 얼마나 될지 건보 재정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메타포커스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