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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호흡기 진료 차질 현실로…"치료 지연 심각"

발행날짜: 2022-01-18 05:45:56

환자 1557명 대상 진료 및 치료 지연 사례 전국 단위 조사
진료 예약부터 검사 등 모두 미뤄져…"연속성 붕괴 우려"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다른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실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진료 예약부터 검사 등이 모두 미뤄지며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결핵 등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연속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의료 지연 사례 전국 단위 연구 진행

17일 저널 오브 코리안 메디컬 사이언스(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의료 지연 사례와 시사점에 대한 대규모 분석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3346/jkms.2022.37.e20).

호흡기 전문의들이 코로나 대응의 최전선에 몰리면서 다른 호흡기 질환에 대한 의료 지연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코로나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임상 현장에서는 코로나를 제외한 다른 호흡기 환자들의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일단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이 대부분 코로나 환자 치료에 매달려 있는데다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병원 출입 자체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접근성 자체가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료 지연 등이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는 없었던 것이 사실. 각 의료기관이나 의료진별로 일정 부분 체감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김주상 교수가 이끄는 12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공동으로 코로나로 인한 의료 지연 사례 조사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러한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해 의료 지연으로 인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책적,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12개 대학병원 연구진은 호흡기 질환 중 전염력이 높고 가장 오랜 치료기간을 필요로 하는 결핵을 대상으로 '한국 결핵 코호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코로나 대유행이 주는 영향을 전향적으로 관찰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그 이전 환자(비 코로나 그룹)와 그 이후 환자(코로나 그룹)를 비교해 과연 진료와 치료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총 1557명의 환자가 이 기간 중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가운데 인구 통계 프로필은 두 그룹간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초기에 기침을 한 환자의 비율은 코로나 그룹이 50.1%로 비 코로나 그룹 56.9%보다 더 낮았고 결핵 진단을 위한 AFB 도말검사 적용률도 코로나 그룹이 83.9%, 비 코로나 그룹이 87.2%로 역시 비율이 낮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호흡기 환자 의료 지연 심각 "치료 연속성 붕괴 우려"

그렇다면 실제 코로나 대유행이 다른 호흡기 질환, 즉 결핵 환자의 의료 지연에 정말로 영향을 줬을까. 결과적으로 이는 사실이었다.

코로나 대유행이 의료 지연에 미치는 결과에 대한 모식도
일단 증상이 나타난 뒤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기간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침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 일단 환자들은 코로나와 무관하게 병원을 찾는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진단과 치료를 받는데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코로나 이전에는 병원 방문 후 치료가 시작될때까지 평균 4일이 걸렸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는 5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서울, 수도권 지역과 대구, 경북 지역은 이 기간이 6일까지 벌어졌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후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지역에서 의료 지연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문 지연, 즉 병원 방문을 망설이는 현상도 증상 별로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었다. 14일 이상의 방문 지연 사례를 살펴보자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2.4배나 방문을 망설인 것으로 분석됐다.

5일 이상 의료 서비스가 지연된 사례를 분석하자 역시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후 그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후 결핵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5일 이상 의료 지연을 겪을 위험이 1.26배 높게 조사된 것. 특히 폐 이외에 증상이 나타난 환자들은 이 위험이 1.58배로 올라갔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결핵이 코로나와 증상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PCR 검사와 대기 등으로 의료 지연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핵으로 기침과 발열 등이 나타나도 일단 코로나 선별진료소로 옮겨진 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호흡기 전문의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 지연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것.

또한 호흡기 내과 전문의들이 대부분 코로나 대응의 최전선에 나가있다는 점에서 더욱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 확진자로 의심돼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상황들이 다른 호흡기 질환 환자들의 병원 방문을 늦추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구진은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나 확진자로 여겨지는 사회적 낙인이 결국 결핵 환자가 심각한 상황이 될때까지 자신의 질병을 숨기도록 만드는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여기에 의료 지연까지 더해지면서 결핵 치료에 대한 연속성이 붕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정부와 의료진이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 온 결핵 퇴치 전략 목표 달성이 매우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코로나가 계속해서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