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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치료 첫날…소통은 '만족' 진료공간 제한은 '불편'

발행날짜: 2022-01-22 05:44:59 업데이트: 2022-01-24 16:46:54

[현장]의원급 코로나 재택치료 현장을 가다
의료진 환자 모니터링 즉각적인 조치 최대 강점 꼽아
환자 진료 의료기관에서만 제한하는 중수본 지침은 개선 필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가 본격화한 첫날, 현장은 환자와 동네의원을 직접 연결해주는 시스템 덕분에 원활한 모니터링이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다만 개원가에선 환자 관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사고수습본부 세부지침은 바뀔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자를 의료기관에서만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의원급 재택치료의 장점이 빛을 바랜다는 이유에서다.

21일 구로구 7개 의원을 중심으로 서울형 재택치료가 본격화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20일 환자를 배정받아 이날 모니터링을 시작한 조은가정의학과의원(구로구 소재)을 방문했다.

조은가정의학과의원

조은가정의학과의원 조금주 원장은 개원가에서 코로나19 재택치료가 시작된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봤다. 평소 진료하던 환자를 배정받다 보니 신속한 판단과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덕분이다.

실제 조 원장은 이날 모니터링한 환자의 기존 건강상태가 어땠는지 어떤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조 원장은 정부가 마련한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모니터링했다. 환자가 보건소에서 받은 재택치료 키트로 온도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해 이 시스템에 입력하면 의료진이 이를 토대로 상태를 파악하는 식이다.

기본적은 틀은 기존 재택치료와 유사했지만 동네의원의 전용 스마트폰 번호가 환자에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환자가 의사 직통번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상이 있다면 바로 전화를 걸 수 있고, 의료진 역시 모니터링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환자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실시간으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셈이다.

덕분에 생활치료센터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운 노년층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수월하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 시스템 화면

처방도 기존 재택치료 방식과 동일하다. 통상 타이레놀과 종합감기약이 처방되는데 다른 증상이 있을 경우 관련 처방전을 지정약국에 전달한다. 환자가 이를 수령하기 어렵다면 보건소 직원을 통해 배송된다.

조 원장은 "이번 환자는 젊고 건강상태가 좋은 환자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서도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팍스로비드 처방 대상자라면 추가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를 시작하기 앞서, 관련 세부지침을 마련한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 모델에 대한 연수를 받고, 환자 모니터링에 사용할 전용 스마트폰을 별도로 구비했다.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료진 직통번호가 이 스마트폰의 번호다.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에 참여하는 기관은 '24시간 당직모델'과 '재택치료지원센터 협업 모델'로 나뉜다. 당직모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참여해 자체적으로 24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한다.

조은가정의학과의원 같이 1개 의원이 단독으로 참여한 경우는 재택치료지원센터 협업 모델에 속한다. 오후 10시까진 동네의원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야간엔 서울시의사회 재택치료지원센터가 이를 관리하는 식이다.

환자를 24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만큼 1일 묶음형 재택치료환자 관리료인 8만 860원의 수가가 책정됐다. 다만 재택치료지원센터 협업 모델의 경우 의료기관은 센터 측에 수가의 20%를 지불해야 한다.

조은주 원장이 재택치료와 관련해서 휴대폰으로 온 문자를 확인하면서 동시에 컴퓨터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조 원장은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의 장점이 "빠른 판단이 가능하고 관련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동네의원은 이미 환자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고, 환자와 의료진 간의 쌍방향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덕분에 이상증상에 대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전용 스마트폰이 보건소와 연결돼 병상 배정 요청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조 원장은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선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세부지침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중수본은 환자를 의료기관에서만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제약을 두고 있어 24시간 대응이 어려운 의료기관은 야간엔 전용 스마트폰의 착신을 재택치료지원센터에 돌려놓는다.

하지만 재택치료지원센터는 환자의 신상을 모르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 전 이를 파악하는데 불필요한 업무가 추가된다는 것. 또 관련 지침 때문에 오후 10시까진 의료기관에서 상시 대기해야 하는 것도 의료진 피로를 과중시킨다고 지적했다.

만약 자택에서도 환자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완화한다면 재택치료지원센터 협업 모델의 환자 대응이 보다 원활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원장은 "재택치료지원센터에도 의사는 있지만 환자의 연락처만 전달하기 때문에 신상이나 세부내용을 파악하고 있기는 어렵다"며 "일례로 환자가 갑자기 열이 난다고 하면 센터 측 의사는 병상 배정에 앞서 환자의 신상 등을 새로 물어보고 병상을 배정해야하는데 환자 입장에선 불편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왼쪽)조은가정의학과의원 조금주 원장,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박 회장은 조 원장을 방문해 격려하고 서울형 재택치료가 서울시 25개구에 이어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