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치료에 대한 권유도, 별다른 설명도 없이 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강행한 의사가 환자에게 8000여만원 상당의 손배해상을 하게 됐다.
축구를 하던 중 오른쪽 무릎을 다친 30대 남성 환자 A씨. 제주도 B병원에서 MRI 검사 결과 '근위부 내측측부인대(MCL) 완전 파열, 후방십자인대(PCL) 부분파열' 진단을 받고 석고 고정 등 보존적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사흘 후 서울 C병원을 찾았고 이 병원 원장은 A씨에 대해 엑스레이를 찍고, B병원에서의 MRI 결과를 참고해 '오른쪽 후방 십자인대 섬유성 이완 및 완전 파열' 진단을 내렸다. 이후 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실시했다.
A씨는 해당 수술을 받고 2주 정도 재활을 받고 퇴원했지만 오른쪽 무릎의 통증은 이어졌다. 한방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를 받는가 하면 다른 병원들을 찾아 후방십자인대 유리술, 후방십자인대 재재건술 등을 연달아 받았다.
신체감정촉탁 결과 A씨는 영구장애로 평가 받았다. ▲자각증상으로 '슬관절 등통 및 운동 장애, 불안정성' ▲타각 증상으로 '슬관절 운동범위(신전 -5, 굴곡 100), 슬관절 동요 부하 방사선 사진상 10mm 후방 불안정성' ▲후유증으로 '영구적 슬관절 강직 및 슬관절 동요가 예상되는 상태이며 증세는 고정 상태'임이 확인됐다.
A씨가 치료비로 사용한 비용은 총 3395만원. 이 중 C병원에서 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고 2주 동안 입원하며 재활 치료를 받은 후 낸 비용은 459만원이었다. 전체 비용에서 65%에 달하는 2210만원은 한방병원에 총 89일 입원하며 재활치료를 받은 비용이다.
A씨는 치료비를 비롯해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며 C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수술 선택 및 과정상 과실,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다.
후방십자인데 부분 파열임에도 완전 파열로 잘못 진단했다고 했다. 또 6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 후 경과를 봐서 수술적 치료 필요성을 결정했어야 하는데 보존적 치료 없이 무리하게 수술 강행해 영구적인 무릎관절 강직 장애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비수술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장단점 내지 위험성, 통상적인 치료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수술 선택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설명 없이 수술을 시행했다는 점도 짚었다.
법원 촉탁 감정의도 "조기 수술 꼭 필요한 상태 아니었다"
법원 역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수술 선택 과정상 과실이 있고 설명의 의무도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동부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성창호)는 C병원 운영자이자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843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병원은 비수술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상황이었음에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수술적 치료를 택하는 등의 진료상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일차 목적은 무릎 관절의 정상적인 후방 안정성과 굴곡 등 역할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내측측부인대의 파열 치유 후 6주 후에 무릎 관절 부종과 운동범위를 고려해서 수술을 시행한다. 내측측부인대 파열이 동반되면 이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으로 재활운동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십자인대 단독 파열은 조기 수술을 할 수 있다.
감정의도 A씨의 상태를 내측측부인대 파열이 동반되고 반월상연골판의 파열 또한 함께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6주 이상 보존적 치료 후에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결정하고 시행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반드시 조기 수술이 필요한 상태 아니었다는 것.
재판부는 "A씨는 후방십자인대 재건술 후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았음에도 내측측부인대 파열 때문에 발생하는 통증으로 충분한 재활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후방십자인대 긴장이 발생해 무릎 관절의 강직이 발생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또 "C병원은 비수술치료(보존적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장단점 내지 위험성, 통상적인 치료방법 등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환자가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설명의무 있다"라며 "수술 동의서에는 각 치료방법 등에 대해 아무런 기재 없어 설명을 들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