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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홍보예산 제자리 "의료인 교육없이 확대 불가"

발행날짜: 2022-02-15 05:30:00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 3억 5천만원 홍보비 확대해야
건보공단 과도한 개입 경계...요양병원 윤리위원회 설치 5% '불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제도'. 논의만 10년에다 법이 만들어져 시행된지 4년이 지났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해 미리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의향서, 계획서 작성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대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3억5000만원 수준의 홍보비로는 제도 확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구체적인 쓴소리도 더해졌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 확대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임종 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중단하도록 해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만 36만 8392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이는 전년 보다 43.1%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총 115만 8585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썼고, 19세 이상 국민의 2.65% 수준이다. 법 시행 3년 만에 100만건이 넘었다.

김 원장은 국민들이 제도에 대해 보다 잘 인식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생명윤리정책원의 1년 홍보비는 약 3억 5000만원으로 지난 4년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한 달 동안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광고를 진행했는데, 광고 이후 상담전화가 쏟아졌다"라며 "통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증가율을 보였다. 복지부 장관이 직접 작성한 것도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생명윤리정책원이 건보공단처럼 홍보할 수 있도록 홍보비를 늘려야 한다"라며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더 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알을 더 많이 제공해 줘야 한다. 홍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충분한 재원과 인력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건보공단의 개입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미국은 보험자 단체에서 제도 홍보를 하지 않는다"라며 "보험자가 지불을 줄이기 위해 죽음을 부추긴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제도 자체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이어 "건보공단에서 일부 맡고 있는 연명의료 관련 상담 역할도 장기적으로는 끊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윤리위 설치 미흡...의료인 대상 홍보 및 교육 절실

의료기관 대상 홍보 및 교육도 절실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의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연명의료계획서/이행서 작성률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연명의료계획서를 남겨놓을 수 있는데, 환자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작성해야 한다.

지난해 연명의료계획서는 2만 2786건이 작성됐고, 전년 보다 3.2% 늘었다. 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8만 298건의 연명의료계획서가 쓰였다.

지난해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 중 24..9%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이행했다. 4년 동안 총 19만 2456건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이행됐다.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 현황(2021년 기준)

이행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안에 '윤리위원회'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데 병원과 요양병원의 설치율은 각각 1.6%, 5.2%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45곳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설치했고 종합병원은 318곳 중 절반이 넘는 178곳이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이에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올해 종합병원과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확대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종합병원은 318곳 중 140곳이 설치하지 않았고,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 117곳 중에서는 110곳이 윤리위를 설치하지 않았다.

김 원장은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의료인이 어떤 인식을 갖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라며 "국민이 원해도 의료기관이 윤리위를 설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를 요양병원에 전원 해도 윤리위가 없는 요양병원이 태반이다. 그래서 환자가 원래 있던 병원으로 다시 돌아온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요양병원에도 윤리위를 설치해서 더 이상 가망이 없는 환자의 마지막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 한다"라며 "이는 요양병원 관계자와 의료인에 대한 교육 홍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