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울증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는 버섯 추출 화합물 실로시빈(psilocybin)이 표준 항우울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로시빈에 대한 장기간의 치료 효과를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우울증 치료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시각으로 15일 미국 정신약리학 저널(Journal of Psychopharmacology)에는 중증 우울증에 대한 실로시빈의 효과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doi.org/10.1177/02698811211073759).
실로시빈은 환각버섯의 추출물로 세로토닌 의존 뉴런의 점화를 억제해 지각작용이나 기분변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지각작용이 말기 암이나 우울증, 또는 불안증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반 연구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우울증 치료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대부분이 후향적 연구에 그쳤을 뿐 이에 대한 근거가 될 만한 기반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나탈리(Natalie Gukasyan)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이에 대한 규명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실로시빈이 기존 항우울제 만큼 치료 전략으로 쓰일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장기간 우울증을 앓아온 27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최대 24개월간 실로시빈을 제공하며 효과를 추적 관찰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2주 간격으로 실로시빈을 2회 투여한 뒤 일주일마다 우울증 개선 정도를 파악한 것. 우울증 표준 평가 도구인 그리드 점수(GRID-Hamilton Depression Rating Scale)를 통해서다.
그리드 점수는 24점 이상은 중증 우울증으로 17점에서 23점은 중증도 우울증으로, 8점에서 16점은 경미한 우울증, 7점 이하는 우울증이 아니라고 판별한다.
실로시빈 투여 결과 과거 표준 항우울제 요법으로도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아 그리드 점수가 평균 22.8점에 달했던 환자들이 치료 1주차 8.7점까지 떨어지며 급속도로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4주차에 8.9점을 기록한 뒤 6개월차네는 7점대로 사실상 우울증에 대한 완전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장기간 지속됐다. 12개월 후 조사에서도 그리드 점수가 7.7점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12개월 후 반응률은 75%로 집계됐으며 완전 관해율은 58%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실로시빈이 과거 표준 항우울제 요법에 비해 결코 효과가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간 부작용없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이 된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나탈리 교수는 "실로시빈은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뿐 아니라 지속시간이 매우 긴 만큼 우울증에 대한 매우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라며 "장기간 복용하면서 부작용을 조절해야 하는 표준 항우울제에 비해 한두번의 치료로도 우울증 증상을 지속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추후 연구를 통해 12개월 이상 이러한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을 입증한다면 향후 우울증 치료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