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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간호사 시범사업에 그친 이유…의료정책 '뒷얘기'

발행날짜: 2022-02-19 05:30:00

[정책풀이] 면허취소 강화로 발묶인 의료법안…법사위 1년째 '계류'
의료계 반발 재심의 가능성 희박…국회와 정부, 의료단체 '정치공학'

교육전담간호사 시범사업이 국공립병원에 이어 민간병원으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역할이 커지는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이 의무화가 아닌 시범사업에 그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메디칼타임즈는 의료정책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정책풀이'코너를 통해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의 숨은 뒷얘기를 알아 보겠습니다.

우선,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을 살펴보겠습니다.

복지부는 4월 중 민간병원으로 교육간호사 시범사업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신규 간호사 역량 강화와 간호사 이직 최소화 등을 위해 교육전담간호사 인건비 지원사업을 시행했습니다.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선정 절차를 거쳐 병상수별 교육전담간호사와 현장교육간호사 인원을 차등해 1인당 월 320만원을 지원해 왔습니다.

서울대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 51개 국공립병원이 시범사업에 지정되어, 해당 병원의 250여명 교육간호사가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민간병원 요구에 부응해 올해 병원과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70곳을 지정해 국공립병원과 동일한 방식의 교육전담간호사 시범사업을 4월부터 확대 시행합니다.

국공립병원은 기재부 소관 국고 지원으로, 민간병원은 건강보험 재정 지원으로 재정의 출처가 다릅니다.

복지부 공모를 통해 선정되는 사업으로 국공립병원과 민간병원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됩니다.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병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을 전체 병원으로 확대하지 않을까.

■민간병원까지 확대한 교육간호사 시범사업, 제도화 안하나 못하나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을 법제화하면 경쟁 없이 모든 병원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왜 안할까.

여기에는 국회의 정치공학이 숨어 있습니다.

보건의료 사업과 제도를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를 통해야 가능합니다.

입법 절차는 주지하다 시피, 국회의원 법안 발의와 해당 상임위원회 심의와 의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와 의결 그리고 본회의 의결로 이뤄집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해 교육간호사 배치 의무화를 포함한 의료법안 심의를 보류했다.

보건의료 분야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담당합니다.

그럼 다시 돌아가 교육전담간호사 사업은 관련 개정안이 없었을까요.

병원 대상 교육전담간호사 의무화와 인건비 지원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최연숙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해 2월 보건복지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현재 법제사업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의료계가 반대하지 않은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동면을 취하는 모양새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2월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를 포함해 21개 개정 조항을 담은 의료법안을 병합심사 후 대안으로 한데 묶어 의결하고 법제사법위원회로 전달했습니다.

■교육전담간호사 의무화 법안 작년 2월 복지위 통과, 법사위에서 ‘제동’

문제는 의료계 압박 조항 다수가 이들 법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자에 대한 처벌 강화 조항(정청래 의원, 권칠승 의원 대표 발의)과 의료인 면허취소 및 면허정지 사유 확대(김상희 의원, 이용우 의원 대표 발의) 등 의료계 저항이 예고된 조항이죠.

또한 의사의 설명의무 확대(권칠승 의원 대표 발의)와 비영리법인 임원선임 관련 금품수수 금지(강선우 의원 대표 발의) 등 의료계 전방위적인 규제 내용을 담았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의료법안에 포함된 교육전담간호사 의무화와 의료인 면허취소 조항.

이중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자에 대한 처벌 강화 조항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과 해당 의료인 면허취소를 담은 강력한 규제로 속합니다.

의료인 면허취소 및 면허정지 사유 확대 조항도 면허취소 사유에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한 경우와 진단서 및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환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를 변경하거나 추가한 경우,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및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에 따른 성폭력범죄를 범해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는 경우 등을 추가해 의료계를 긴장시켰습니다.

당시 의료단체는 이들 개정안 조항을 '의사 면허 박탈법'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의사협회는 대국회 라인을 총동원해 설득 작업과 결사항전으로 맞서며 여야를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무면허 의료·의료인 면허취소 의료법안 포함…의료단체 강력 ‘저지’

보건복지위원회 의결 저지는 실패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일부 의원들의 지적으로 소위원회 재심의로 넘겨졌습니다.

의사협회 고위 임원은 "의사 면허취소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지난해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여야 의원실을 방문해 설득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협회와 의사들 모두 머리띠를 두룰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의료인 처벌 강화 조항이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의료법안에 같이 묶인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 조항도 함께 묻혀버린 상황입니다.

복지부가 이런 사실을 모를까요.

상임위원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중앙부처의 입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복지부는 의료법안 의결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교육간호사 시범사업을 3년으로 정해 시행 준비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의료인 처벌 강화 조항 재심의에 잠정 동의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교육전담간호사 배치 의무화를 대신해 민간병원 시범사업 형태로 인건비 지원 대상을 확대한 셈입니다.

복지부가 오는 4월 시행 예정인 민간병원 70곳 대상 시범사업 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는 의료법안을 다시 꺼내기 쉽지 않다는 반증일 수 있습니다.

보건의료 정책과 제도는 국회와 함께 맞물려 돌아갑니다. 정책과 제도에 필요한 예산을 국회에서 심의하기 때문이죠.

교육전담간호사 시범사업 뿐 아니라 보건의료 분야 주요 정책과 사업 진행 과정에 의문이 든다면, 국회와 복지부 그리고 의료단체의 치열한 물밑 정치를 주시해야 합니다.

정책풀이 서두에 국회의 정치공학이 숨어 있다고 표현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