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응이 본격화하면서 아예 외래진료를 중단하고 재택치료에만 전념하는 1차 의료기관이 생기고 있다. 재택치료자가 늘어나면서 모니터링과 기존 진료를 병행하기 힘들어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로 한 것.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으로 구분하고 경증 환자에 대한 재택치료를 의원급이 담당하도록 했다. 다만, 서울특별시 일부 구에선 의원이 고위험군인 집중관리군 재택치료를 맡고 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는 자체적인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마련했는데 이를 통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덕분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기존 외래를 접고 재택치료에만 전념하고 있는 상계맑은내과 오현호 원장에게 환자진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직접 물어봤다.
오 원장은 노원구의사회와 함께 집중관리군 재택치료에 참여하면서 한시적으로 외래진료를 중단했다. 노원구에선 집중관리군 재택치료를 의원급이 전담해, 오 원장은 현재 40~50명의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모니터링에만 하루 4~5시간 이상이 걸려 외래진료를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내원한 외래진료 환자를 돌려보내야 할 땐 난감하긴 하지만, 재택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하면 대부분 이해해주는 상황은 다행이라고 전했다.
오 원장은 "고위험군 재택치료자를 담당해 종종 응급상황이 생기고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어 일과 중에 계속 환자들의 연락을 받는 상황"이라며 "노원구의사회와 보건소와의 소통을 담당할 의사도 필요해 재택치료에만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노원구 재택치료 효율을 높이긴 위해 누군가는 운영적인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데, 본인은 신장내과 전문의고 투석환자를 주로 받아 상계맑은내과의 외래진료를 중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외래진료를 중단한 이후 그의 하루는 오히려 더 바빠졌다. 기존엔 오전 7시에 출근에 오후 5시에 퇴근하던 일과가 이제 오전 6시 30분에서 오후 8시로 늘어났다.
오 원장은 "투석실을 운영해 원래 출근을 빨리하는 편이기는 했는데, 재택치료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처럼 하면 여유시간에 일을 해도 바빴다"며 "특히 콜이 많은 날은 너무 정신이 없어 아예 출근시간을 앞당기고, 오전에 재택치료 운영진, 보건소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회의를 마치고 오전 8시 전에 투석실 회진을 돈 뒤 재택치료자에게 전화하기 시작하는데, 모니터링을 마치면 오전 일과가 끝난다. 다만 팍스로비드 처방이 필요한 경우 한 환자 당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 이런 환자가 3~4명만 있어도 점심시간이 지나버린다.
그는 "팍스로비드는 병용금기 성분이 많아 이를 확인하려고 20~30분 씩 통화하기도 한다"며 "신장·간 기능이나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 오래 걸리는 환자는 30분이 넘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만 담당하는 재택치료자가 많아 오후 모니터링은 간호사에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오후 모니터링은 3시부터 4~5시까지 진행되고 오 원장은 간호사가 정리한 내용을 다시 확인해 상태가 달리진 환자에게 다시 전화한다.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와중에도 다른 일이 끼어들어 오후 8시가 돼야 하루 일과가 끝난다는 것.
24시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만큼 야간에 당직을 서는 일도 잦다. 야간에 환자 증상이 악화해 전화기에 매달려있는 경우도 있다.
오 원장은 야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산모나 24개월 미안 영유아를 수용할 시설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임산부, 영유아는 백신접종률이 낮아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들을 수용할 의료기관은 오히려 더 적다"며 "병상이 없어 몇 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증상을 완화할 방법들을 알려준 적이 있는데 이들을 대면 진료할 곳이 없다는 게 가장 답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짜리 아기의 부모에게서 전화가 온 적이 있는데 아이가 열이 심하고 의식이 쳐지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당장 받아주는 곳이 없어 아침까지 약을 먹여보라거나, 미온수 마사지를 해주라고 안내하는 등 아침까지 버티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료취약계층을 수용할 기관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 확진된 만선질환자나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확진자 가족을 위한 의료기관 마련도 촉구했다.
오 원장은 "현재 코로나19 대응체계에서 아직 확진되기 전의 유증상자를 입원시킬 의료기관이 없다"며 "확진자를 돌보던 가족이 감염돼 위중한 상황이어도 PCR 검사 전엔 관련 치료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환자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응급실 뿐이지만, 과밀화 현상이 심화한 현장 상황을 미뤄봤을 때 병상배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는 또 "확진된 만성질환자를 수용할 병원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특히 신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일주일에 3번은 투석을 받아야하는데, 재택치료 중엔 조치가 어려워 상태가 악화해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택치료와 투석을 동시에 진행하는 의료기관이 부족해 만성질환자가 관련 병상을 배정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오 원장은 의원급 집중관리군 재택치료의 장점으로 의사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꼽았다. 노원구에서만 30명 이상의 의사들이 달려들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어 응급상황에서의 대응이 원활하고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
오 원장은 "코로나19는 감기와 증상이 유사한데, 관련 이해도가 가장 높은 것은 유사한 진료 경험이 많은 1차 의료기관 의사"라며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가장 빨리 눈치 챌 수 있는 만큼 어떻게 보면 노원구민에게 이득이 되는 대응체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