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됐지만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효능으로 빛을 보지 못한 머크의 몰누피라비르가 새롭게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는 처음으로 몰누피라비르를 권고했기 때문.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허가를 받지 못한 국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시각으로 3일 WHO는 영국의학저널(BMJ) 등을 통해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권고를 포함하는 코로나 치료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판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그동안 치료 지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경구용 치료제 몰누피라비르가 새롭게 들어왔다는 것.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WHO 지침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몰누피라비르는 머크사가 개발한 약물로 코로나 증상 발현 후 총 800mg를 1일 2회 5일간 복용하는 방식으로 투여된다.
사실상 세계 최초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라는 점에서 상당한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보다 떨어지는 효과를 보이면서 기대감이 떨어졌던 약물. 실제로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에서 사망 예방 효과가 30%대에 머문 바 있다.
이번에 개정된 지침에 따르면 WHO는 몰누피라비르를 입원 위험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 환자에 대해 조건부로 권고했다.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와 면역치료 등으로 면역이 심각하게 결핍된 환자, 고혈압이나 중증 당뇨병 등 고위험군 만성질환자 등이 이에 포함된다.
또한 WHO는 이러한 환자가 아닌 젊고 건강한 환자, 임산부와 수유부 등은 잠재적 위해성이 훨씬 높은 만큼 약물을 투여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WHO의 이같은 권고는 총 4796명을 대상으로 하는 6건의 무작위 대조 임상 시험 데이터가 기반이 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가장 큰 데이터 세트다.
이 데이터 세트를 통해 WHO는 몰루피라비르가 고위험군 환자에 한해 1000명 당 43명에 해당하는 정도의 입원 위험을 낮추며 완치 시간도 평균 3.4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잠재적 위해성이 여전한 만큼 근거 수준은 중간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WHO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릴리사의 중화항체 복합제인 카시리비맙+임데비맙에 대한 내용도 업데이트했다.
결론적으로 WHO는 이 약물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효과가 떨어진다고 정리한 뒤 오미크론이 아닌 변이 바이러스에 한해서만 처방을 권고했다.
또한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던 이버멕틴과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등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리고 환자에게 처방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WHO는 "코로나 치료제를 포함한 가이드라인 작업은 지속될 것이며 관련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며 "렙데시비르를 포함해 리토나비르 등에 대한 권고 사항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