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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무균상태 아냐" 통념 깬 전립선학회, 이유는?

발행날짜: 2022-03-07 05:20:00 업데이트: 2022-03-07 08:17:47

학회, 마이크로바이옴-질환 상관성 모색 세션 마련
"프레보텔라 균주 감소, 특정 증상과 밀접한 관련"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임상이 활발해지는 등 장내미생물과 질병의 상관관계가 부각되면서 대한전립선학회도 접점 찾기에 나섰다.

소변은 무균 상태라는 통념과 달리 소변 내 세균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방광내 미생물군집이 전립선염 등 주요 질환 발현에 영향을 미치거나 반대로 발병 예측의 바이오마커(생체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5일 전립선학회는 차바이오컴플렉스 대강당에서 제30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전립선암을 비롯한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분야의 최신 이슈 및 지견을 공개했다.

학회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 세션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간의 상호관련성을 진단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인간 몸속에 공생하는 미생물 집단을 의미하는데 항생제의 과도한 사용이나 식습관,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5일 전립선학회는 차바이오컴플렉스 대강당에서 제30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하고 마이크로바이옴과 비뇨기질환과의 상관성에 대해 진단했다.

최근 각종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내 미생물로 끝나지 않고 조현병이나 우울증, 아토피피부염, 자폐 등의 실질적인 증상 발현으로 이어진다는 보고가 지속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역시 미생물 생태계 조성을 통해 질환을 치료한다는 개념에 착안한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을 발표한 권세윤 동국의대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이 무균상태라는 학설은 10년 전까지 지속됐지만 인식이 변하고 있다"며 "2004년 소변 내 박테리아의 존재를 확인한 연구에 이어 2012년에는 성인 여성 방광에서 박테리아 식별을 최초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16S rRNA 분석이 발전, 차세대 염기서열분석인 NGS가 등장했다"며 "NGS와 함께 2014년 새로운 세균 배양법도 발견돼 비뇨의학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불붙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간 소변에서 562종의 박테리아가 확인되면서 학계의 관심사는 박테리아의 균종이나 양의 차이가 염증 등 증상 발현과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냐는 것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2016년 공개된 연구는 미생물이 비뇨기 건강을 증진시키는지, 아니면 요로질환을 유발시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연구진은 절박성요실금(UUI)을 가진 여성 및 일반 무증상 여성에서 각각 소변 샘플을 채취해 유전자 증폭 후 염기서열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박성요실금 환자와 일반인 모두 박테리아 균총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절박성요실금 환자에선 미생물의 다양성이 감소된 상태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방광내 미생물들이 UUI의 병태생리학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이는 미생물 다양성의 상실이 임상적 심각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질병의 결과로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한 것인지, 다양성 감소가 절박성요실금으로 발현됐는지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

권세윤 교수는 "세균 E. coli(Escherichia coli)에 의한 방광염이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방광내 균총 균형이 대사증후군과 전립선비대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최신 연구는 남성들에게서의 하부 요로 마이크로바이옴의 감소가 하부요로증상(LUTS)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전립선확대(BPE)/LTUS 수술을 받은 28명과 비수술군 21명에서 각각 소변 샘플을 채취해 미생물군을 분석했다.

EQUC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비수술군 96%에서 박테리아가 검출된 반면, 수술군에선 29%만이 검출됐다. 16S 시퀀싱 방식으로 조사해도 결과는 80%, 27%로 비슷했다.

권 교수는 "앞서 연구에서 보듯 마이크로바이옴은 방광 질환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는데 호기성 세균이나 혐기성 세균 등 특정 균주가 과도해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혐기성 세균이 만성 전립선 증상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광 질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하면 채소 등 섬유질을 섭취해야 증가하는 프레보텔라(Prevotella) 균종의 감소가 특징적으로 관찰된다"며 "프레보텔라 감소는 비알콜성지방간 환자에서도 주로 관찰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립선염과 만성골반통증증후군(CPPS)을 가진 환자군과 정상군의 소변 샘픔을 비교하면 역시 프레보텔라의 감소가 관찰된다"며 "다만 지금까지 연구는 마이크로바이옴의 변화가 질환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또 직접적,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항생제 위주의 전립선염 치료에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