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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용 보톡스 품절 대란 후폭풍…엘러간 품질 이슈 '불똥'

발행날짜: 2022-03-08 05:30:00 업데이트: 2022-03-08 09:05:41

신경과의사회, 식약처 100단위 유통 불허 관련 질의
검증 과정서 기준 미달 제기…공급 재개 시점 불투명

치료목적으로 사용되는 보톡스 100단위 품목이 품절되면서 되레 수입산 보툴리눔 제제에 대한 품질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산 보툴리눔 품목의 판매정지가 엘러간에 반사이익으로 작용, 품절 사태를 빚었다는 소식과 달리 보톡스의 품질 기준치 미달로 유통 허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신경과의사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치료용 보톡스 주 사용 불가의 배경 및 조치 현황에 대해 공식 질의했다.

엘러간의 치료용 보툴리눔 품목 보톡스. 장기 품절 이슈가 품질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보툴리눔의 대명사로 통용되는 보톡스는 엘러간이 개발한 고유 품목이다. 국내에는 50단위, 100단위가 유통되고 있는데 50단위는 미용 목적으로, 100단위는 근육긴장이상증, 경부근긴장이상, 안검연축, 만성편두통 등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작년 말부터 100단위 치료용 보톡스가 품절 현상이 빚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국산 보툴리눔의 자료 조작 및 불법 유통에 따른 판매정지 이슈가 엘러간에 수혜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엘러간은 당시 의약품 도매업계에 공문을 보내 보톡스 100단위의 갑작스런 수요 증가로 2022년 2월까지 수급이 원활치 않다고 양해를 구한 바 있다.

문제는 품절 이슈의 원인이 수요 증가가 아닌 품질 이슈로 촉발돼 보톡스 100단위의 공급이 장기간 보류될 수 있다는 점. 2월을 넘긴 현 시점까지 업체는 정확한 공급 일정을 공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사회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치료용 보톡스의 수급난이 심해져 원인을 확인한 결과 식약처가 미용 목적의 50단위만 유통 허가하고 100단위에는 유통을 불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이에 식약처의 조치 상황 및 근거에 대해 질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톡스는 여러 환자에서 치료 목적으로 30년 이상 신경과에서 사용해 왔던 안전성이 검증된 품목"이라며 "식약처가 유통 허가를 불허해 3개월 단위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의 진료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국산 보툴리눔 품목들도 100단위를 허가 받았지만 아직 보톡스만큼의 광범위한 치료용 적응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보톡스 고유의 적응증을 치료하기 위해 국산 보툴리눔 100단위를 사용한 경우는 보험 적용에서 제외된다.

대웅제약이 생산한 나보타주 100단위 적응증은 ▲눈썹주름근/눈살근과 관련된 미간 주름 ▲뇌졸중 관련 상지 경직 ▲눈둘레근과 관련된 외안각 주름 ▲본태성 눈꺼풀 경련 치료다.

반면 보톡스 100단위 적응증은 ▲근긴장 이상 관련 사시/눈꺼풀경련 치료 ▲소아뇌성마비 환자의 첨족 기형 ▲경부근긴장이상 징후/증상 ▲겨드랑이 다한증 ▲뇌졸중 관련 상지 경직 ▲눈썹주름근/눈살근과 관련된 미간 주름 ▲편두통 ▲방광기능장애 등을 포괄한다.

일부 적응증을 제외하고 치료 영역에서 보톡스를 대체할 국산 보툴리눔 품목은 사실상 없다는 것.

업계는 보톡스 공급 문제가 단기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톡스는 해외 제조 품목이기 때문에 수입 과정에서 심사, 허가 과정을 거친다"며 "생물학적제제에 속하는 보툴리눔은 동물모델을 통해 역가시험이나 독소확인시험 등 다양한 항목을 점검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보톡스의 경우 동물실험에서 일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테스트 기기의 오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수 차례 검증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면 이는 해당 품목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제시했다.

생물학적제제는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이나 생물체를 이용해 생성하는 특성상 유통과정에서의 변질이 쉽다. 보톡스 50단위가 국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출하 당시 100단위 역시 품질 문제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유통 과정에서의 변질 혹은 일부 품목에 한정돼 생산 시점의 특정 로트(공장 생산단위)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

문제는 기준치 미달의 원인 규명이 쉽지 않은 경우 공급 재개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체가 원인을 규명, 재발 방지 조치를 끝낸 이후 기존 품목의 폐기 및 수입, 허가, 유통의 과정을 재차 거치기 때문에 적어도 2분기 내 공급 재개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특히 잇단 보툴리눔 자료 조작, 품질 이슈로 신뢰도에 타격을 받은 식약처로서는 품질 논란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 관계자는 "보톡스주 100단위에 대해 국가출하승인 신청이 접수돼 현재 식약처에서 검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검정이 완료되는대로 결과를 회사에 회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