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MSD의 경구용 코로나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제품명 라게브리오)의 도입을 사실상 공식화 하면서 이르면 이번주 내로 긴급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실제 이에 대한 처방을 앞둔 개원의들은 일단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는 동시에 혹여 현재 처방이 극도로 제한된 팍스로비드의 전철을 따라갈까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21일 중대본 회의에서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먹는 치료제 처방 수요도 크게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머크의 치료제 라게브리오 10만 명분을 금주부터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본관리청이 지난 해 11월 몰누피라비르의 긴급사용승인 신청한 이후 낮은 유효성 등을 이유로 허가범위와 허가시 주의사항 범위를 두고 평가를 지속해 온 상황.
몰누피라비르가 품목 허가에 충족할 만큼의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식약처의 검토가 길어지지 않았겠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해 긴급사용승인 검토가 길어졌다는 의미다.
다만, 중대본이 언급한 바와 같이 확진자 급증에 따라 팍스로비드 물량이 부족해진 만큼 '필요성'에 의해 긴급사용승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식약처는 중대본 발표 이후 오는 24일까지 긴급사용승인 심의를 걸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긴급사용승인이 결정된다면 관건은 물량이다. 정부는 앞서 MSD와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을 들여오기로 하고 선구매 계약을 완료한 바 있다.
또 한국MSD 케빈 피터스 대표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MSD는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몰누피라비르 허가가 떨어지는 순간 당일 공급이 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힌 만큼 승인 이후 공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몰누피라비르가 공급되면 개원가 처방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현장에서는 당장 처방이 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공개된 임상결과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의 효과는 팍스로비드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MSD가 실시한 2/3상에서 몰누피라비르는 입원 및 사망위험을 30% 정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팍스로비드는 자체 임상에서 최대 89% 효과를 냈다.
다만, 지난 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 치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로는 처음으로 몰누피라비르를 권고해 임상현장의 선택에도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개원가에서 몰누피라비르의 처방에 대해 강조한 점은 '유효성'이 아닌 '안전성'이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신광철 공보부회장은 "몰누피라비르는 팍스로비드와 작용하는 기전이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며 "코로나 환자 중 중증위험도가 높아 초반에 빨리 막아야하는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서울 A이비인후과 원장 역시 "팍스로비드 역시 환자의 대상자여부 확인과 동의, 병용금기 의약품 등 몇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처방 자체가 번거롭고 까다로운 상황"이라며 "몰누피라비르는 이보다 더 여러 가지 사항을 충분히 검토한 뒤에 처방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이미 팍스로비드의 대상자를 좁게 설정하고 있는 만큼 몰누피라비르의 진입이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존재했다.
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는 "이미 물량이 한정돼 팍스로비드의 처방을 많이 안하는 추세고 정부가 대상자를 좁게 설정해놓은 상태다"며 "현재의 처방 기준이나 지침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치료제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물량이 부족한데 따른 과도한 행정절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곽 총무이사는 "현재 치료제 수량이 적은 만큼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환자에게 사용 후 보고하는 절차나 사전승인이 너무 복잡한 것 같다"며 "처방을 제한하더라도 치료제가 부족한데 따른 행정적인 부담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